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7년 제정된 '세금 감면 및 일자리법'에 따라 신설된 의무송환세는 의회에 '어떤 원천에서든 소득에 과세할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한 수정헌법 16조에 따라 허용되는 세금"이라는 고등법원 결론을 확정 지었다.
이에 따라 미국 회사나 개인이 특정외국법인(CFC)에 지분 10% 이상 투자한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해외 자회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주로 포함됐고 해외법인에 투자해 지분 10% 이상 보유한 개인 주주들도 송환세 납부대상으로 분류됐다. 당시 부과된 세금은 약 3380억달러(약 468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제도와 관련 지분만 보유했을 뿐 배당금이나 매각 차익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세금을 내는 게 맞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2018년 인도 회사에 지분 투자했던 미국인 부부가 의무송환세 신설로 세금이 부과되자 정부를 상대로 환급 소송을 제기하면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이 사안에 대해 "소득의 실현 여부는 헌법상 요건이 아니다"며 "의회가 부과한 세금은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지만, 연방 대법원은 "(의무송환세는) 소득의 원천이 무엇이든 간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헌법 정신을 위배한 건 아니다"며 고등법원 판결을 확정 지었다. 또 대법원은 "의회가 기업의 소득을 주주들에게 비례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에 대해 헌법상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는 하급법원의 결정을 재차 확인했다.
반면 트럼프 측은 다국적 기업들이 높은 법인세를 이유로 해외에 쌓아둔 이익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10% 내외의 세금을 '일회성' 으로 부여하는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법원의 해석이 부자증세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취지다.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확보 차원에서 의무송환세를 만들었다. 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쌓아 둔 수익금을 10% 내외의 세금만 내면 들여올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00억달러를 해외에 쌓아둔 애플을 비롯해 미국 기업 전체로는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해외 축적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오는 효과도 노렸다.
실제로 애플은 2018년 1월 해외 보유 현금 송환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 정부에 화답하기도 했다. 당시 애플은 공식 성명으로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추정 세금 380억달러(53조원)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율 15%를 적용해 계산해보면 애플이 미국으로 들여올 자금은 2500억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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