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날보다 1만6300원(15.57%) 오른 12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 때 20.34%까지 오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우도 전일 대비 20.51% 오른 9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지주사인 SK 주가는 전일 대비 3.95% 하락하며 마감했다.
주가 상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설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한 언론에 보도된 합병설에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으나, 적극적으로 부인하진 않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사실로 해석했다. 이후 그룹 지주사인 SK의 주가는 장중 최대 6.10% 하락했고 SK이노베이션은 매수세가 폭발하면서 급등세가 연출됐다.
SK가 지분 90%를 보유한 SK E&S는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캐시카우 기업이다. SK E&S가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해도 그룹 전체적으로는 변동이 없으나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숨통이 트이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이 90%를 보유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업체 SK온은 9개 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매년 조단위 투자로 항상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월 SK온 유상증자에 2조원을 투입했고, 이로 인해 곳간이 비자 주가하락을 감내하고 9월 1조1433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 영향으로 SK온의 실적 부진은 여전하다. 3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SK E&S와의 합병이 가뭄속 단비가 되는 이유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이 SK이노베이션 주가에도 긍정적이며 전략적으로 좋은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관점에선 에너지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며 "정유업 특성상 국제유가의 등락에 따른 높은 이익 변동성이 불가피한데, SK E&S 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배터리 자회사 및 무탄소 에너지 등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에 있어 주요재원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주가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세부적으로는 고려할 변수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SK E&S와 합병비율이 어떻게 정해질지, 그리고 합병에 따라 주식이 늘어나면 지분희석 문제도 있다. SK는 그간 SK E&S에서 받던 배당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가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대안이 있는지 봐야한다.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SK온의 실적이다. 1분기 3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는데 적자감소 속도와 방향에 따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에 짐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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