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머크' 글로벌 빅파마와 맞손…K-바이오 혁신신약 존재감↑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 2024.06.21 15:10

[MT리포트]K-바이오,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③

편집자주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잇따른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직접 공략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넘는 토종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등장도 눈앞이다. 지금은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시기다.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할 때다.


국산 바이오 기술의 글로벌 영역 확장은 대형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미국 허가 문턱을 넘은 국산 신약 대부분은 대체로 국내 대형사를 통해 이뤄졌지만, 기술력 담금질을 해온 중소 바이오 벤처의 성과 역시 가시권에 있다. 이들은 차별화된 독자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얀센과 머크, 사노피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으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답게 가장 엄격한 의약품 허가 기준을 보유한 국가다. 미국 허가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국산신약은 총 10개 품목이다. 2003년 LG화학 항생제 '팩티브'를 시작으로 연초 휴젤의 주름개선용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까지 허가 품목을 늘려왔다.

미국에서 허가받은 국산 신약 개발사는 동아에스티와 SK케미칼, SK바이오팜, 대웅제약, 한미약품, 셀트리온, GC녹십자, 휴젤 등 국내 대형사 또는 그 계열사들이다. 미국에서 의약품을 허가받으려면 양질의 기술력은 물론 상용화까지 이어갈 수 있는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이오 벤처 역시 뒤지지 않는 성과를 쌓아왔다.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 벤처가 선택한 방식은 기술수출이다. 초기 개발 단계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에 대한 권리를 파트너사에 이전해 수익을 창출하고, 상용화 이후 판매액의 일부를 로열티로 수령하는 구조다.

신약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용화까지 최소 10년의 개발 기간과 수조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다. 이를 감안하면 기술수출은 국산 기술 경쟁력을 부각하기 위한 현시점 최적의 모델이라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대형사로 기술이전에 성공할 경우, 협업 과정에서 선진 제약사의 기술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제약 업계에서 글로벌 대형사와 대표적인 협업 사례는 유한양행의 항암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이다. 앞서 1조4000억원 규모에 얀센에 기술수출 한 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FDA 허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국산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수출의 중심축은 단연 바이오 벤처다. 국산 기술수출 규모가 2018년 5조원대에서 2021년 13조원대로 고속성장하는 동안 그 비중과 규모 측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 주무기는 플랫폼 기술이다. 특정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단일 후보물질이 아닌 약물의 체내 전달 효율을 높이는 등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은 계약 형태에 따라 복수의 파트너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등이 꼽힌다. 특히 이들은 암을 비롯해 난치성 질환을 정복할 수 있는 신약 파트너로 낙점되면서 기술력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알테오젠은 '정맥(IV)→피하(SC)' 주사 변경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2019년부터 글로벌 10대 제약사 2곳을 포함한 4개 기업과 7조원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주목받는 계약은 전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키트루다'(항암제)를 보유한 머크(MSD)와의 계약이다. 현재 머크는 알테오젠 기술을 활용해 정맥주사 제형인 키트루다를 피하주사로 변경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임상 종료 예정이다. 성공 여부에 따라 국산 기술이 더해진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 탄생이 가능한 상황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최근 차세대 항암 신약으로 부상한 항체-약물접합(ADC) 분야 강자로 꼽힌다. 2015년부터 독자 플랫폼과 이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등 누적 10건의 기술수출을 성사했다. 국내 최다 기술수출 건수에도 글로벌 대형사와의 계약 부재가 약점으로 지목받았지만, 지난해 12월 얀센과 2조2000억원대 계약에 성공하며 기술 가치를 입증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원 2개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했다. 약물의 뇌내 전달성을 높이는 '그랩바디-B' 플랫폼을 적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지난 2022년 사노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같은 기술을 항암 영역에 적용한 '그랩바디-T' 플랫폼 관련 파이프라인 역시 최근 BMS와 병용 임상을 위해 맞손을 잡았다. 더 나아가 내달 이중항체와 ADC를 접목한 신규 파이프라인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자본력이 있는 기업과 제한적인 기업의 전략은 달라야 하는데,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는 기술수출이 가능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단순 후보물질을 넘어 실제 빅파마의 신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며, 최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알테오젠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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