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보다 스토리 승부…넷플릭스 시리즈 1위 행복"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 2024.06.20 05:00

[웹툰 작가 소개합니다] <3>네이버웹툰 '머니게임'·'파이게임' 작가 배진수 인터뷰

배진수 작가/사진제공=네이버웹툰

8명의 남녀가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힌다. 그리고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쇼가 시작된다. 협력과 대립, 반목과 배신을 거듭하는 참가자들. 그들 사이에서 원초적 욕망이 격돌한다.

넷플릭스에서 또다시 한국드라마가 주목받는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8명의 인물. 그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 시리즈 '더 에이트 쇼'다. 원작은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머니게임 속편)으로 모두 배진수 작가(사진)의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10년 전 술자리에서 거액의 공동상금을 걸고 게임을 진행하는데 물가가 1000배라면 얼마나 많은 갈등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를테면 1000만원의 상금을 탔는데 김밥 두 줄(1만원) 값인 거죠. 그 자리에서 이야길 꺼내자 마침 참석했던 김준구 웹툰서비스 팀장(현 네이버웹툰 대표이사)이 재미있겠다고 해서 언젠가 이 소재로 웹툰을 연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 작가는 자신의 웹툰이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것에 대해 "과거에는 출판을 웹툰작가로서 최대 업적으로 여겼다면 요즘은 영상화인 것같다"며 "흥행여부와 관계없이 작품이 영상화됐다는 게 기뻤다. 더욱이 흥행까지 성공했으니 그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더 에이트 쇼'는 넷플릭스 시리즈부문 1위를 기록한 뒤 지금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머니게임·파이게임 웹툰표지/사진제공=네이버웹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배 작가는 원래 그림작가와 함께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그림작가가 개인사정으로 팀을 떠났고 어쩔 수 없이 글과 그림을 도맡게 됐다. 배 작가는 "당시 나이도 꽤 많았고 더 세밀하게 준비할 시간이 없어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어 옮겨 그리는 식으로 작화를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배 작가는 "못하는 그림실력을 높이려 공들이기보다 잘하는 스토리를 더 잘 쓰기 위해 집중했다"며 "연재 전 트리트먼트(회차별 요약정리) 제작시간이 꽤 길다. 1화부터 엔딩까지 과정과 서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안해서 연재를 시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재를 시작하고 나면 캐릭터들이 제멋대로 살아움직여 트리트먼트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길을 잃었을 때 좌초되지 않으려면 트리트먼트라는 등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연재 중에도 마찬가지로 한 화의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화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림보다는 스토리로 승부하는 웹툰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2년 웹툰 '금요일'로 데뷔한 배 작가는 올해로 13년차다. 공포나 스릴러 외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 그림체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가 공포·스릴러고 직접 작화하는 동안에는 이어나갈 것같다"며 "하지만 나보다 연출이 더 뛰어난 그림작가를 만나면 타 장르도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배 작가는 "문화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라며 "몸과 정신의 건강을 담보 잡혀야 하는 직업이 웹툰작가지만 잘 관리해서 펜을 놓을 때까지 평생 몰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류준열, 이열음, 박해준, 천우희, 박정민, 배성우, 문정희, 이주영이 10일 오전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더 에이트 쇼'는 오는 17일 공개된다. /2024.05.10 /사진=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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