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AP통신·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 12주년 기념행사에서 미국 시민과 결혼한 불법 체류자와 그 자녀가 미국을 떠나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행정 조치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 부부는 지난 10년 또는 그보다 오랜 기간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교회와 학교에 보내며 세금을 내고 우리나라에 기여해왔다"며 "지금도 이들이 미국으로 다시 올 수 있다는 보장 없이 본국으로 돌아가 이민 허가를 신청해야 해 그 과정이 부담스럽고 가족과 이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미국에 남지만, 그림자 속에 있다.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상태로 추방될 수 있다는 계속되는 두려움 속에 산다"며 "우리는 그것을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서류 미비자가 미국에 입국해 미국 시민과 결혼하는 경우 합법적 거주를 신청하기 전에 가석방을 먼저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 체류를 이유로 출국해야 하는데 재입국 허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새로운 행정조치 시행으로 불법 체류자도 일정 기간 취업 허가와 법적 지위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임시 체류 신분'(PIP·Parole In Place)을 획득하게 됐다. PIP는 미군과 미군 가족들에게 적용되던 제도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시민권자의 배우자들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미국을 떠나지 않고도 미국 영주권, 이후 시민권까지도 취득할 기회를 얻게 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50만명에 달하는 미국 시민권자의 불법이민자 배우자와 그들의 부모, 21세 미만 서류 미비 자녀 5만명 등 총 55만명 안팎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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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리는 이민자의 나라"...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비판도━
'반이민' 정책을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 국경에서 이민자 가족들과 아이들을 갈라놨다"며 "난 국경에서 이민으로 정치 놀음을 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선거캠프 측은 "바이든은 대규모 사면 명령을 통해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또 다른 초대장을 만들었다"며 즉각 비판했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선거 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은 오직 한 가지, 권력에만 관심이 있다"며 "이것이 그가 궁극적으로 자신과 민주당에 투표할 것으로 알고 있는 수십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에게 대규모 사면과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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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불법 이민자 망명 신청 제한한다더니…라틴계 유권자 마음 잡기?━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 행정 조치가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체류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CNN은 "이번 조치는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등 격전지의 핵심 라틴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음 주 예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핵심 주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WSJ도 전날 "불법 이민자 가족이 있는 라틴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백악관 비서진들이 몇 달간 고민했다"며 "미국에 오래 거주한 이민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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