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민권자와 결혼한 불법이민자에 영주권"…라틴계 표심 잡기?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24.06.19 11:0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불법 이민자들에게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도록하는 새로운 제도를 발표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불법 이민자들에게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발표했다. 오는 11월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놀음"이라며 쓴소리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 12주년 기념행사에서 미국 시민과 결혼한 불법 체류자와 그 자녀가 미국을 떠나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행정 조치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 부부는 지난 10년 또는 그보다 오랜 기간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교회와 학교에 보내며 세금을 내고 우리나라에 기여해왔다"며 "지금도 이들이 미국으로 다시 올 수 있다는 보장 없이 본국으로 돌아가 이민 허가를 신청해야 해 그 과정이 부담스럽고 가족과 이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미국에 남지만, 그림자 속에 있다.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상태로 추방될 수 있다는 계속되는 두려움 속에 산다"며 "우리는 그것을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서류 미비자가 미국에 입국해 미국 시민과 결혼하는 경우 합법적 거주를 신청하기 전에 가석방을 먼저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 체류를 이유로 출국해야 하는데 재입국 허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새로운 행정조치 시행으로 불법 체류자도 일정 기간 취업 허가와 법적 지위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임시 체류 신분'(PIP·Parole In Place)을 획득하게 됐다. PIP는 미군과 미군 가족들에게 적용되던 제도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시민권자의 배우자들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미국을 떠나지 않고도 미국 영주권, 이후 시민권까지도 취득할 기회를 얻게 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50만명에 달하는 미국 시민권자의 불법이민자 배우자와 그들의 부모, 21세 미만 서류 미비 자녀 5만명 등 총 55만명 안팎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우리는 이민자의 나라"...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비판도


4일(현지시간)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주(州) 티후아나의 국경 검문소 전경을 촬영한 사진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길목에 윤형 철조망이 쳐져 있다. /AFPBBNews=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경에서의 이민자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국경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우리가 미국인이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하냐"며 "우리는 이민자의 나라다. 그게 우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우리가 이민을 환영하는 미국으로 남기 위해서 우리 국경의 안전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반이민' 정책을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 국경에서 이민자 가족들과 아이들을 갈라놨다"며 "난 국경에서 이민으로 정치 놀음을 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선거캠프 측은 "바이든은 대규모 사면 명령을 통해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또 다른 초대장을 만들었다"며 즉각 비판했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선거 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은 오직 한 가지, 권력에만 관심이 있다"며 "이것이 그가 궁극적으로 자신과 민주당에 투표할 것으로 알고 있는 수십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에게 대규모 사면과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2주 전 불법 이민자 망명 신청 제한한다더니…라틴계 유권자 마음 잡기?


자넌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멕시코 식당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라틴계 아이를 바라보며 행동을 따라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불법 이민이 올해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오르자 지지율 확보를 위해 강경책을 내놓은 것인데, 이날 새 행정조치를 발표하며 2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 행정 조치가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체류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CNN은 "이번 조치는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등 격전지의 핵심 라틴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음 주 예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핵심 주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WSJ도 전날 "불법 이민자 가족이 있는 라틴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백악관 비서진들이 몇 달간 고민했다"며 "미국에 오래 거주한 이민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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