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도 견디고 5만㎡ 누비고…극한 현장 휘젓는 AI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 2024.06.19 05:00

[르포] 포스코 광양제철소·PF센터

14일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로봇이 아연 도금 포트(Pot)에서 불순물 '드로스'를 제거하고 있다./사진제공=포스코DX

"너무 시끄러워서 설명이 안 들릴 겁니다."

지난 14일 전남 광양에 소재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자동차용 강판 표면에 아연을 입히는 곳이다. 아연이 담긴 도금폿(Pot)으로 줄줄이 밀려들어간 강판은 회색빛이 돼 나왔다. 도금폿의 온도는 섭씨 460도. 액체상태로 출렁이다 폿 밖으로 튄 아연이 생산설비 주변에 굳어 있었다. 공장 곳곳에 놓인 경고표지판과 '여기서 다치면 가족을 다시 못 볼 수 있다'는 안전구호가 눈에 들어왔다.

도금공정에서 생성되는 불순물 '드로스'를 폿에서 걷어내는 일은 원래 작업자 4명이 하루 10차례씩 직접 뜰채를 들고 하는 고위험 작업이었다. 수년 전 다른 제철소의 아연도금폿에선 작업자가 빠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폿 옆 비좁은 공간에 홀로 설치된 로봇팔 한 대가 아연 불순물을 걷어내고 있었다.

포스코DX는 폿에서 카메라로 수집한 드로스의 모양을 비전AI(화상인식인공지능)로 분석, 제거작업을 자동화해 안전을 확보했다. 현장은 인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자동화한 상태였다. 서신욱 포스코 광양도금부 차장은 "화상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현장이었지만 AI(인공지능)와 로봇기술로 수작업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AI가 접목된 생산현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취재진은 지난 4월 광양제철소 인근에 준공된 포스코 풀필먼트센터(PF센터)를 방문했다. 제철소 조업에 필요한 수만 가지 자재에 대해 주문·보관·포장·배송·회수·반품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연면적은 축구장 7개와 맞먹는 5만㎡로 저장공간인 셀(Cell) 3만4000여개를 갖췄다. PF센터 건설 이전에는 광양제철소 곳곳에 흩어진 창고 300여곳을 이용한 탓에 운영·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웨어러블(착용형) 스캐너를 착용한 검수요원은 이날 PF센터에 입고된 자재를 팰릿에 올린 채 3차원 체적 측정장비로 옮겼다. 곧이어 무게·크기가 자동측정된 자재들이 분류돼 롤러컨베이어를 타고 저장구역으로 향했다. 높이 28.5m의 입체자동화 창고로 지어진 이곳은 층층이 배치된 셀 사이를 '스태커크레인'들이 오가며 자재를 보관·출고하고 30㎏ 미만 소형 자재는 큐브형 창고인 '오토스토어'가 담당한다.

PF센터의 셀에선 작업자 없이 로봇만 복도를 오갔다. 로봇이 최적의 이송경로를 계산해 저장위치를 자동으로 지정한다. 셀에서 출하구역으로 가는 길에선 AGV(무인운반로봇)가 자재를 나른다. 포스코DX와 포스코는 여러 AGV를 제어하는 ACS(AGV제어시스템)를 자체개발, 운영효율성을 높였다.

포스코DX와 포스코는 PF센터 전체를 관리하는 WMS(창고관리시스템)도 자체개발했다. 재고관리 기능에 더해 자재수요예측 기능을 갖춘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PF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자재의 위치·상태를 3D(3차원) 이미지로 조회한 뒤 주문할 수 있다. 이같은 자동화 설비는 포스코DX와 포스코가 AI와 OT(운영기술)를 결합, 기존 스마트팩토리에 AI·로봇·디지털트윈 기술 등을 융합해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에 나선 결과다.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장(상무)은 "산업용 로봇의 공정별 표준모델을 자산화하고 있다"며 "2026년쯤 공정장비 개발조직이 없는 회사들을 위한 대외사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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