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또다시 한국 드라마가 주목받는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8명의 인물. 그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 시리즈 '더 에이트 쇼'다. 시리즈의 원작은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머니게임 속편)'으로, 모두 배진수 작가의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거의 10년전 술자리에서 거액의 공동 상금을 걸고 게임을 진행하는데 물가가 1000배라면 얼마나 많은 갈등이 벌어질 것이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를 테면 1000만원의 상금을 탔는데 김밥 두줄(1만원) 값인 거죠. 그 자리에서 이야길 꺼내자 마침 참석해 있던 김준구 웹툰서비스 팀장(현 네이버웹툰 대표이사)이 재미있겠다고 해서 언젠가 이 소재로 웹툰을 연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에서 미술이 아닌 경제를 전공한 배 작가는 원래 그림작가와 함께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그림작가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떠났고 어쩔 수 없이 혼자 글과 그림을 도맡게 됐다. 배 작가는 "당시 나이도 꽤 많았고 뭔가를 더 세밀하게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어 옮겨 그리는 식으로 작화를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배 작가는 "못하는 그림 실력을 올리기 위해 공들일 시간에 잘하는 스토리를 더 잘 쓰기 위해 집중하는 것이 더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해 스토리에 올인했다"며 "연재 전 트리트먼트(회차별 요약 정리) 제작 시간이 꽤 길다. 1화부터 엔딩까지의 과정과 서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안해서 연재를 시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연재를 시작하고 나면 캐릭터들이 제멋대로 살아 움직여 트리트먼트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그럼에도 길을 잃었을 때 좌초되지 않기 위해 트리트먼트라는 등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연재 중에도 마찬가지로 한 화의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화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림보다는 스토리로 승부하는 웹툰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포나 스릴러 외의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이 그림체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가 공포·스릴러라고 생각한다. 직접 작화를 하는 동안에는 계속 이어 나갈 것 같다"며 "하지만 저보다 연출이 더 뛰어난 그림작가를 만나면 타 장르도 그려보고 싶은 내적 욕구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배 작가는 "문화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라며 "몸과 정신의 건강을 담보 잡혀야 하는 직업이 웹툰 작가지만, 잘 관리해서 펜을 놓을 때까지 평생 몰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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