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폐지가 답이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2024.06.19 05:55

[오동희의 思見]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최근 대통령실이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인하하는 방침을 내놔 상속세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 제안에 더해 아예 '상속세 폐지가 답이다'라는 말을 하면 '부자 감세'를 하자는 것이냐며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다.

상속세는 '상속세 인하=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에 갇혀 논의자체가 거부 당하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각 진영이 자기 논리에 맞는 팩트만을 고집하면서 상대의 옳은 논리도 수긍하지 않아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상속세를 폐지하면 세수 부족과 부의 대물림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당연히 상속세 폐지를 의제로 상정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자본이득세 도입 등 다른 세수 확보방안 마련이 뒤따르는 게 상식이다.

우선 상속세의 폐지가 세수감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보자.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2011년~2019년 총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0.7~0.9%)이다. OECD 국가의 2019년 평균(0.5%)보다 조금 높다. 같은 기간 소득세(22~33%)와 법인세(21~24%)의 비중은 각각 20%를 훌쩍 넘는다.

결국 나라의 곳간은 열심히 일한 근로자(소득세)와 기업(법인세)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채운다는 얘기다. 상속세를 폐지해도 총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1% 미만이다.

이런 상속세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20년부터다. 2018년 구본무 LG 회장, 2019년 조양호 한진 회장, 202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잇따라 타계하면서 대규모 상속이 이뤄졌다. 그 이전에 2조원 중반 대의 연간 총 상속세가 2020년엔 4조 2000여억원, 2021년엔 4조 9000여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총세수 내 상속세 비중은 각각 1.5%와 1.4%로 미미했다. 총수들의 잇딴 타계에도 전체 세수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더 큰 변화는 2022년에 나타났다. 직전해보다 상속세가 300% 가량 늘어난 19조 2603억원에 달했다.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4.9%로 늘어 OECD 평균(0.5% 수준)의 10배 가량이 됐다. 상속인 중 상속세를 내는 사람도 2020~2022년 3년 연속 20% 이상 늘었다. 2011년 5000명 수준이던 것이 2020년 1만명을, 2022년에는 1만 5000명을 돌파했다. 이는 부동산 등 자산가치의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상속인 중 5% 정도가 실제 상속세를 내지만 향후 그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최고 자산가에서 중산층으로 이전되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서서히 오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대처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상속세를 폐지할 경우 부의 편중으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측도 있지만, 사실 양극화는 상대적 개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서 3만달러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산이 더 빠르게 늘어난 층과 더딘 층이 있지만 평균은 늘었다. 평균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더딘 쪽에서 볼 때는 윗방향의 끝은 더 멀어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상위 그룹의 자산을 떼서 아래로 나눠주는 마이너스 분배방식(유산세 방식)과 물려받은 자산으로 부를 창출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플러스 분배(자본이득세 방식) 방식이 있다. 호주나 캐나다, 스웨덴 등이 채택한 자본이득세는 현금이 아닌 자산을 물려받았을 때는 그 자산을 팔아 자본이득이 생기기 전까지는 상속세 납부를 미뤄주는 제도다. 가업을 승계할 때 유용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미리 상속재산을 떼서 나눠갖는 게 아니라 기업을 물려받아 일자리를 키워서 파이를 나누는 후자의 방식이 답이다. 우리가 1950년대 상속제도를 베꼈던 일본조차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세를 버리고 상속받는 사람 기준의 유산취득형으로 바꿨다. 우리도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꿔야 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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