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우울해" 고기·치킨·피자 먹었더니…뇌에서 생긴 일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06.18 14:10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팀

고지방 식단을 9주간 섭취한 집단의 쥐들의 장 속 유해균이 늘었다. 늘어난 유해균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일으키는 뇌간 부위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불안감을 촉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한 사람에게 흔히 "맛있는 음식 먹고 풀라"고 조언하지만, 맛있는 고지방 음식을 지속해 섭취할 경우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통합생리학과 연구팀은 치킨, 피자 등 고지방 음식을 꾸준히 섭취한 쥐에게서 불안 증세가 증폭되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바이올로지컬 리서치'에 발표했다. 영양소 불균형으로 인해 장내세균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이같은 변화가 뇌의 화학 물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사춘기'에 접어든 생후 5~6주차 암컷, 수컷 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에는 약 45%가 동물성 식품의 포화 지방으로 구성된 고지방 식단을 먹였다. 다른 집단에는 지방 비율이 11% 정도인 일반 식단을 제공했다. 주어진 식단 안에서 자유롭게 먹도록 둔 채, 9주간 실험을 진행했다. 두 집단의 활동 시간대, 거주 온도, 소음 수준 등 기타 요인은 동일했다.

9주간 이어진 관찰 기간 연구팀은 쥐들의 분변 샘플을 수집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생물의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장내세균의 상태를 평가했다. 9주차 식단이 종료될 무렵, 쥐들의 행동을 검사했다.

그 결과, 고지방 식단을 9주간 섭취한 집단의 체중이 일반 식단을 섭취한 집단에 비해 늘었을 뿐 아니라 장내세균의 다양성도 현저히 떨어졌다. 장내세균은 장내에 사는 세균으로, 장의 소화·흡수·영양·독소 처리 기능에 깊이 관여한다. 일반적으로 장 건강과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균을 유익균, 반대로 해를 끼치는 균은 유해균이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피르미쿠티스균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집단에선 '피르미쿠티스(Firmicutes)'균이 크게 늘었다. 피르미쿠티스균은 흔히 비만인 사람에게서 다수 발견되는 균으로, 에너지 대사 과정에 영향을 줘 살을 더 찌게 한다고 알려졌다. 반대로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균의 수는 줄었다. 날씬한 사람에게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균으로, 생물이 섭취한 섬유소를 분해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고지방 식단 집단에선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생성하고 신호를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TPH 2', 'HRT 1a', 'SLC 6 A4'가 더 많이 발현됐다. 세로토닌은 중추신경계에 주로 존재하며 생물에게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분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구팀은 "세로토닌 뉴런을 구성하는 특정한 하위 집합이 활성화될 경우 불안과 유사한 반응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관찰 결과 활성화된 3개의 유전자는 스트레스 및 불안과 관련된 뇌간 부위에서 특히 높은 발현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해당 부위의 활성화는 우울증 등 기분 장애나 극단적 선택과 관계가 깊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유전자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로 "장내 유해균으로 인해 손상된 장 내벽을 타고 균이 신체 순환계로 유입됐고, 위장과 뇌를 연결하는 미주 신경을 통해 뇌 신호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러 로리 콜로라도 볼더대 통합생리학과 교수는 "고지방 음식 섭취가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이란 건 잘 알려졌지만, 흔히 체중 증가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며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지방 식단의 위험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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