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관세법 일몰 방치, 항공산업 숨통 막아서야

머니투데이 김한성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 2024.06.19 06:00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우주선 스타십이 다음달 4차 시험비행에 나선다고 한다. 스타십은 미국 NASA가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 활용될 예정으로 비행성공 여부에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일본과 EU(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달 표면 탐사 등 새로운 우주개발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최근 세계 최초의 달 뒷면 탐사를 위해 '창어 6호'를 발사했다. 세계 각국이 '뉴 스페이스'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우주항공산업은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전략산업이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미래의 우주산업 규모가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도 누리호 발사 성공을 시작으로 우주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NASA'를 표방하며 경남 사천에 모습을 드러낸 우주항공청의 출범 역시 이런 산업육성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 우주항공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가며 우주항공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우주항공청 출범으로 업계는 새로운 모멘텀을 맞게 됐다. 우주항공청은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주발사체 저비용화 전략을 검토하는 등 우주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이런 모멘텀을 제대로 살려 우주항공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제조,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항공기를 만드는 데는 600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부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항공기나 발사체 등의 해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가 경쟁하는 미국, EU, 일본 등은 민간항공기 교역 협정(TCA)에 가입해 관세를 감면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도 부품 관세를 감면받아야 해외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TCA 가입 대신 관세법에 따라 항공기 부품, 수리부품, 원재료에 대한 관세를 면제했지만 내년부터는 관세 감면 혜택이 점차 사라져 2029년에는 완전 폐지된다. 관세감면 일몰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경우 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항공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삼아 전 세계가 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관세 면제를 유지해 우주항공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자국의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마당에 특정 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걱정하는 것은 너무 한가한 생각이다. 경쟁국보다 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감면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면서 일몰 시기를 시혜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경쟁국들처럼 TCA에 가입해 항공기 부품 관세를 영구적으로 면제해야 항공기 제조, 정비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다만 정부가 당장 TCA 가입을 검토하기 시작하더라도 가입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그 사이 항공기 부품에 당장 내년부터 관세가 부과되면 항공기 제조·정비 산업의 가격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다. 정부가 뒷짐만 지는 것은 산업 생태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 세계가 달려드는 경쟁구도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일단 관세 감면에 대한 일몰을 연장해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에는 곧바로 TCA 가입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만 뒤처질 수는 없다.

김한성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김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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