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미국의 고금리, 러시아 자산 동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지원 정책 등을 글로벌 투자 자본의 미국 쏠림 현상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불렀다. 세계은행(WB)은 지난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보다 0.9%포인트 상향 조정한 2.5%로 제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자산이 동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본의 국경 간 자유로운 이동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는 미국 투자 쏠림 현상의 속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달러의 지배력에 대한 불안감에도 미국 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이 재생에너지와 반도체 생산 촉진을 위해 수십억 달러 상당의 지원 정책을 펼친 것도 새로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으로 이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66억달러 지원을 받는 TSMC는 미국 현지 공장 설립 등에 650억달러를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64억달러를 받고 미 현지에 4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신흥국으로 향했던 세계 자본 흐름이 팬데믹 이후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신흥국 내 외국인 자본 유출 심각성을 지적한다.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조나단 포천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신흥국으로 유입되던 자금의 일부가 고갈됐다"고 짚었다.
영국 사모펀드 업체인 유리존 SLJ 캐피탈의 스티븐 젠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 미국의 FDI 유입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는데 이 같은 흐름은 양국의 정책이 바뀌어야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자본 흐름 전환의 계기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 자산 투자 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에서 외국 자본 유출이 이뤄질 수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산업 지원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아 해외 기업의 '탈미국'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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