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그는 핵심광물 생산국의 꿈

머니투데이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 2024.06.20 04:30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의 12배 크기인 카자흐스탄은 넓은 땅만큼 보유 자원도 풍부하다. 세계 최대의 우라늄 생산국이자 구리, 아연, 바나듐, 희토류 등 원소 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광물이 이곳에 있다.

특히 동부 바케노 지역엔 LCT(리튬-세슘-탄탈륨)가 묻혀있는 페그마타이트(광물을 함유한 암석) 광상이 존재한다. 리튬은 이제 '하얀 석유'로 불릴 만큼 진귀한 자원으로 여겨지지만,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로 주목받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관심 밖의 광물'이었다. 카자흐스탄 바케노에 아직도 많은 양의 광물이 부존된 이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한국-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국영광물기업인 타우켄삼룩과 함께 리튬광구 탐사 및 개발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바케노 리튬 광구 4개의 하층토를 탐사할 수 있는 사용권을 독점 부여받았다.

리튬 탐사·개발 공동연구는 2021년 10월 카자흐스탄 수석부총리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지난 2년 동안 뜨겁고 건조한 탐사 현장과 연구실에서 모든 연구원이 밤낮으로 노력하며 얻은 결실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났다.

카자흐스탄이 전 세계 수많은 전략 동반자 중 한국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현지 광물 생산에 필수적인 전주기적 기술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리튬 생산의 자립화를 꿈꾼다. 자원 탐사부터 선광·제련·소재화 및 생산까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완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


카자흐스탄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보유한 드론 및 AI(인공지능) 등 스마트자원탐사 기술 및 친환경 선광·제련 기술을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방문 당시 독대한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 기업체가 리튬 개발에 참여해달라"며 적극적인 지원 태세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에 연구원 분원을 설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이른바 '선진국'에선 기술은 없지만 자원은 다수 보유한 국가들을 공급자 형태로만 활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자원 보유국의 기술 자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자원보유국과 한국의 기술 협력 관계를 돈독히 다져나갈 때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카자흐스탄 리튬 탐사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원 보유국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국가 등과의 다각적 협력과 공조를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수준 높은 제련 기술을 이전받은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자원보유국은 공정 단계에서 중국 등에 의존하던 상황을 탈피할 수 있다. 한국은 기술 이전국으로서 현지 자원 생산 및 수출 단계에서 우선권을 가질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한국이 핵심 광물 공급망의 '국제 허브(Hub)'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AI와 드론을 활용해 바케노 리튬 광구 4개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 빠르면 몇 년 안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카자흐스탄 지질자원연구원 분원 앞에서 우리 연구진과 기업이 직접 확보한 리튬 광석을 손에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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