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는 국가시스템을 '리바이어던'이라고 부르면서 하나의 인공신체처럼 묘사했다. 사실 국가시스템은 인간 몸의 '확장' 같은 점이 많다. 그래서 국가체제니 하면서 '몸 체'(體)자를 쓰는 것이다. 이 국가라는 거대한 몸은 일선으로 갈수록 말초신경 역할이 커진다. 상대적으로 일선 공무원은 실제로 시각, 청각 등 말초신경을 주로 쓴다. 그래서 이들은 직접 자신의 말초신경을 이용해 현장을 방문하거나 민원인을 만나거나 들은 것들을 중추신경인 상부에 보고한다. 국가시스템에는 이 반대경로도 있다. 이번에는 중추에서 말초로 이동하는 경로다. 중추신경은 생각, 즉 상상을 하고 계획을 짠 후 이렇게 만들어진 결심을 말초신경으로 보내 행동에 옮긴다. 국가시스템의 밖과 안은 이렇게 교신하고 상호작용을 한다. 즉, 밖으로부터의 정보는 일선 공무원들의 말초신경에서 시작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중추신경에 전달된다. 그리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중추신경은 상상을 하고 계획을 세워 이를 일선에 전달해 정책을 시행한다. 이것이 국가기관의 정상적 작동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은 용산과 세종시로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이 뚝 떨어져 있다. 사실상 해체(解體)다. 용산은 말초신경에서 올라오는 객관적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생각을 해야 하니 자칫 망상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중추신경의 주체적 활력에서 떨어져 있는 세종시는 무기력해질 위험성이 있다. 세종시의 객관적 관찰과 용산의 주체적 활력이 따로 놀게 된다는 것이다. 철학자 칸트가 '경험 없는 이론은 지적 유희에 불과하고 이론 없는 경험은 맹목적'이라고 했다는데 그가 지금의 한국을 보면 '세종시 없는 용산은 멋진 판타지 소설이나 쓰고 용산 없는 세종시는 영혼 없는 자료집만 계속 만든다'고 일갈했을 것 같다. 세종시가 만든 자료집을 용산의 상상력과 합쳐 경험과 이론이 모두 살아있는 정책을 만들면 좋겠지만 현재의 '해체' 상태로는 어렵다. 빨리 용산과 세종시가 다시 만나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부가 현재의 무신경과 무기력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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