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불법 무인텔'이라 손가락질했지만..'다자요'가 옳았다

머니투데이 제주=김온유 기자 | 2024.06.25 04:30

[I-노믹스가 바꾸는 지역소멸]②제주-남성준 다자요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 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 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사진제공=다자요
"처음엔 '기업형 불법 무인텔'이라고 손가락질 많이 받았죠. 지금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우리 모델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제주도에서 만난 남성준 다자요 대표(사진)는 "실제로 많은 사람이 찾고, 갖고 싶은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한 뒤 "빈집 프로젝트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전부는 아니지만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자요는 국내 유일 빈집활용 공유숙박업체다. 농어촌에 방치된 빈집을 주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최고급 숙소로 리모델링한 뒤 공간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10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원래 주인에게 '기부채납' 형태로 집을 되돌려준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빈집은 약 13만2000호로 이 중 절반에 가까운 6만1000호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다. 제주도의 경우 빈집이 약 1250여채란 통계가 나와있지만 남 대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빈집은 1년간 아무도 살지 않은 창고와 불법 건축물 등을 다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마을 돌아다니면 몇채씩 눈에 보이는데 주택에 준하는 건물들을 다 포함하면 지금 통계보단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엔 다자요의 빈집 프로젝트가 가뭄 속 단비였던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빈집 활용의 우수 사례라며 직접 다자요 숙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제 남 대표는 내륙으로 사업을 넓히려고 모색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와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예전엔 불법이라고 했지만 지금와서 보면 우리가 옳았단게 증명됐다"면서 "(중앙정부와 지차체 모두) 꾸준히 빈집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우리와 함께 선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가 와서 구경만하고 가면 안된다"고 전제한 뒤 "워케이션 센터도 빈집으로 만들고 지역제품을 보여주는 쇼룸도 만들 수 있다"며 "그런 시기가 오면 우리가 표준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임대사업을 실현해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7년 350명의 일반인 투자자로부터 크라우드 펀딩 형식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불법 숙소로 내몰렸다. 이후 2019년부터 1년 반동안 영업이 중지됐고 2020년 규제샌드박스(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실증 특례'를 받아 다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고산도들집./사진제공=다자요
다자요의 지난해 매출은 약 5억원으로 올해는 이미 2개 법인과의 워케이션 계약을 통해 지난해 매출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미 리모델링이 완료된 숙소는 더 이상 들어갈 비용이 없고 확장만하면 매출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일반적으로 빈집을 고치는데 2~3억원 정도였던 비용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4억원까지 뛰었다. 이에 다자요는 △LG전자(가전) △일룸(가구) △노루페인트(페인트) △코베아(캠핑용품) 등 여러 기업들과 협업해 비용을 최대한 낮추면서 좋은 상품으로 내부를 채우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다자요는 제주 8개 마을에서 총 11채의 숙소를 운영하고 있고, 관련 매출의 1.5%를 해당 지역에 돌려주고 있다. 숙소 청소를 위해 주민들도 고용했으며, 유명 브랜드와 팝업도 연결시켜줬다. 숙소 내부엔 요거트·계란 등 다양한 로컬 제품들을 비치했다.

남 대표는 "빈집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모든 지방을 살릴 수는 없는데 모든 지자체가 하는게 다 똑같다"면서 "우리는 연말까지 예약이 차 있을 만큼 잘 되는데 실제 지자체에서 빈집을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마을호텔은 예약률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것들이 다 규제 안에서 어떻게든 하려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며 "새로운 것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야지 만들어진 정책 안에서 풀어나가려면 기형적인 모델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 대출 규제만 풀어주면 빈집 사업이 더 활성화될 것이란게 그의 생각이다. 무상으로 예산을 달라는게 아닌 대출 규제만이라도 좀 풀어달란 얘기다. 현재 지자체가 빈집을 개조해 운영하는 마을호텔과 비교하면 다자요의 노하우가 더욱 빛을 발한다. 최적의 위치에 최고급 건물을 만들어 고급진 경험을 선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남 대표는 "현재 지자체로부터 빈집 관련 사업에 대한 기획과 설계, 스타일링 등 컨설팅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빈집을 고쳐봤으니 중앙부처나 다른 어떤 기업보다 자신이 있지만 방향성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불법 무인텔이라고 공격받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 만큼 중앙부처와 지자체 모두 함께 바뀌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 위치한 월령바당집의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창문으로 에메랄드 빛 제주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사진제공=다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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