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16일) 의협은 '대정부 요구사항' 3가지로 △의대정원 증원안을 다시 논의할 것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 사안을 수정·보완할 것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 사법 처리 위협을 중단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오후 12시 39분 이런 요구사항을 공개한 의협은 "정부는 이날 밤 11시까지 답을 주기를 바란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적 집단 휴진을 진행하며 이후 무기한 휴진을 포함한 전면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의협이 정부에게 답변할 시간을 10시간 준 셈이지만, 보건복지부는 불과 4시간 뒤인 오후 4시 48분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게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단칼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어떠한 불이익도 없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의협은 17일 오전 현재까지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18일로 예고된 전국 단위의 휴진이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의협은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집단휴진에는 개원의, 서울아산병원·고대의료원 등 40개 의과대학이 포함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의교협 조사 결과, 지난 14일 기준으로 이번 휴진에 참여하는 의과대학은 35곳, 병원은 50곳 이상이다.
이에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동네 의원에서조차 내몰리게 됐다' '갈 곳이 없어졌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17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8일 전면휴진을 예고한 의협을 향해 "환자들은 현시점에서 의대정원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의협은 의료계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만 보이고, 그 와중에 의료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는 실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병으로 이미 아프고, 두렵고, 힘든 환자들에게 집단휴진과 무기한 휴진으로 고통과 불안,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집단휴진에 참여하는 의사 수는 적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앞서 휴진을 계획 중인 의료기관에 지난 13일까지 사전 신고를 하도록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3만6371개 의료기관 중 휴진 신고를 한 의료기관은 1463개(4.02%)에 불과했다. 앞서 2020년에도 의협은 문재인 정부의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해 총파업을 진행했는데, 개원가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당시 파업 첫날인 8월 14일 전국 3만3836개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32.6%인 1만1025개가 휴진했지만 이후 2차 집단휴진(8월 26~28일) 기간 중 8월 26일 휴진율은 10.8%, 27일은 8.9%, 28일 6.5%로 휴진율이 점점 낮아졌다.
실제로 일부 의사들은 18일 집단휴진과 무기한 휴진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취통증의학회,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거점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 등은 의협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최근 의료계 단일 창구를 주장하는 의협의 행보를 비판하면서, 전공의들의 참여율이 낮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복지부는 집단휴진이 예고된 18일과 그 이후 문 여는 병·의원의 정보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의 정보를 제공한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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