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선진 7개국) 난쟁이와 조르지아 멜로니.'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탈리아 풀리아주 브린디시의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막 내린 G7 정상회의를 일컬어 표현한 한 마디다. 선진 7개국의 정상이 한 곳에 모여 지정학적 위기와는 물론 낙태권에 이르기까지 지혜를 모았지만 어딘가 힘이 실리지 않았다. 각 정상들이 레임덕으로 정치적 운명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들은 첫날부터 러시아의 동결자산 수익을 활용해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약 500억달러를 추가 재정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양자 안보 협정도 체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가자지구 휴전을 위한 3단계 휴전 협상안도 회담 첫날 논의됐으나 G7 정상들의 지지가 무색할 정도로 하마스와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은 가자 전쟁으로 훼손된 미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G7 정상회담을 통해 만회하고자 했으나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오히려 G7 정상들과 이동하던 중 혼자 다른 방향으로 겉돌다 의장국인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안내로 방향을 다잡는 영상이 유포돼 다시 한번 고령 논란이 야기됐다.
WSJ은 사설에서 "81세의 바이든의 경우 나이가 확연히 쇠퇴하고 있는 그는 절대로 재선에 출마해서는 안됐었다…(중략)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G7에서) 유일하게 인기있는 지도자라는 점은 서구 민주주의에 있어서 나쁜 징조"라고 꼬집었다. G7 정상들이 모두 선거에서 졌거나 질 예정인 가운데 극우의 약진 덕에 홀로 세를 키운 멜로니의 두각을 경계하는 목소리다. G7 내부의 리더십 균열을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이 악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하자 조기 총선을 선언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도 7월 4일 보수당 역사상 가장 큰 선거 패배를 거둘 게 유력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연정도 유럽 의회 선거에서 크게 졌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경제 쇠퇴와 저조한 인기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내각 지지율이 16.4%로 선거자금 스캔들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미세한 격차로 지지율이 뒤지고 있다.
미국진보센터의 국가안보 및 국제정책부 전무이사 앨리슨 맥마누스는 "G7은 바이든이 민주주의에 헌신하는 세계 지도자로 자신을 투영하는 핵심행사였으나 가자분쟁에 대한 그의 입장이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이스라엘이 인권침해와 국제법 위반을 자행하는 동안 미국이 가치 기반 외교를 홍보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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