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의힘 108석을 만들어준 민심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24.06.17 06:30

[the300]

"한 석 달 기다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석 달만 지나면 저쪽에서 바람(역풍)이 불 겁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에게 최근 국회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간 극한 대치 상황과 여당의 전략 부재에 대한 지적에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언젠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란 희망적 사고이지만, 당장 야당의 상임위 장악에 대응할 묘책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원내엔 이런 회의론이 팽배하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회초리를 든 만큼, 지금은 매를 맞을 때란 의견도 많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줄 때 받으라"며 도발한다. 국민의힘은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전면 백지화 하자며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여당에선 7개 상임위라도 받자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지만 원칙 없는 원 구성에 타협하면 안 된다는 강경론도 많다.

현재의 대치는 일단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08석밖에 얻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범야권은 민주당 175석(현 170석)을 포함해 192석을 얻었다. 균형과 견제를 위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국회 관례는 21대 국회 전반기 과반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에 의해 16년 만에 깨졌고, 4년 뒤인 현재 되풀이됐다.


애초에 선거에 이겼으면 될 일이라 할 수도 있다. 국민이 민주당을 다수당 만들어줬으니 상임위를 장악해도 된단 주장도 들린다. 하지만 이는 '합의제'인 의회의 속성을 무시한 것이다. 합의의 정신을 버리고 다수결 원칙만 중시하면 한 석이라도 많은 정당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된다. 이 논리대로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제3당의 목소리는 전부 묻혀야 한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은 지금 무려 108석을 만들어준 민심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고 했다. 석 달 뒤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21대 국회 전반기엔 민주당이 '임대차 3법', '검수완박법' 등을 강행처리했고, 민주당은 독주 프레임에 갇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했다. 여당은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 된다. 108석을 만들어준 민심에 부응하기 위해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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