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홍수의 시대

머니투데이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 2024.06.17 02:03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쓰나미가 몰아친다. 1인 미디어 시대에 각자가 정보를 쏟아내고 그것들이 2차 가공으로 전파되면서 비슷한 정보가 온갖 색상으로 세상에 무차별하게 유통된다. 종이 위 문자로 유통되던 시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양으로 거품처럼 부풀었다 일순간 시들해지기도 한다. 챗GPT(Chat 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 이용자가 수억 명에 달해 천문학적인 횟수의 질문과 답변이 전 세계에서 오간다. 그에 따른 전력소비량이 중소국가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인류는 물건이든 정보든 폭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야기되는 환경의 변화를 걱정하기 이전에 과연 이렇게나 과잉생산되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인지 걱정스럽다. 어떤 물건이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수백, 수천 가지 물건이 줄을 선다. 한편에선 이런 과잉된 생산과 소비로 인한 환경파괴를 걱정하고 한편에선 혁신의 이름으로 과잉을 부추긴다. 밤하늘에는 천문학자들이 우려할 만큼 많은 위성과 우주쓰레기가 수도 없이 날아다니고 바다 위에는 한반도의 수십 배 되는 플라스틱섬이 떠다닌다. 우리가 입다가 재활용될 것이라고 믿고 버린 헌 옷들은 아프리카 등지 하천에서 소들의 껌(?)이 돼 환경을 오염시킨다.

절에는 공업중생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한다면 다 같이 한 배를 탔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인류의 이런 과잉으로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그 대가를 치른다. 전 세계 국가가 친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펼치지만 이미 서너 발은 늦은 느낌이다. 기후는 이미 큰 변화를 맞이했고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슈퍼컴퓨터로도 어려운 일이다. 지금 시점에 우리가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앞으로 맞이할 지구적 기후의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인과의 법칙은 단순한 불교적 믿음이 아니라 자연현상이다. 한 배를 탄 인류가 지금까지 벌인 원인들이 큰 순환 속에 환경적 재난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이런 변화와 재난은 신께 기도하거나 원망할 일이 아니라 인류가 당연히 갚아야 하며 극복해 가야만 하는 부채와 같다. 그리고 한편으론 소유와 소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의 활용과 소비 또한 큰 몫을 차지한다.


무소유로 상징되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은 단순히 소유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을 집착 없이 사용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런 가르침은 승려에게만 국한되는 가르침이 아니라 오늘과 같은 과잉의 시대에 모든 사람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르침이리라. 절집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닥치는 대로 살다 보면 살림살이가 무한정 불어나기 마련이다. '흐르는 물도 아껴쓰라'는 옛 스님들의 말씀처럼 나를 거쳐가는 모든 것에 공동체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헛되이 낭비되는 일이 없는지 살피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수천 종의 차와 커피가 생산되지만 그것을 거쳐가는 무수한 사람의 손길과 자연의 손길을 생각한다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홍수의 시대에 한 방울의 물을 생각한다. 지구의 탄생보다 수십 배는 오래됐을 한 방울의 물은 투명하고 말 없이 그 역사를 품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인간들아 지구를 걱정하지 마라. 너희들이나 걱정해라. 지구가 뜨겁거나 차거나 지구는 자연스러울 뿐이다. 그 속에 위태한 것은 일정한 순환 속에 진화해온 모든 생명이다. 우리는 1~2도만 기온이 변해도 덥다 춥다 잔망스럽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생명이고 그것에 죽고 사는 것이 생명이다. 자연에 대한 공포를 더 이상 경험하기 전에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부터 해당하는 일이다. 작은 생각 작은 실천이 모이고 모여서 더 큰 재난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며 이 홍수의 시대에 한 방울의 물을 아껴본다.(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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