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쿠팡 제재를 발표하면서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자기 상품을 상위에 장기간 고정 노출'한 부정행위 상품 사례로 생수(탐사수), 일회용종이컵, 쌀, 화장지, 아기물티슈 등을 제시했다.
특히 탐사수는 검색 상위 고정 노출 기간이 1년 9개월(2020년 3월~2021년 11월)로, 이 기간 관련 매출액이 약 1000억원으로 개별 상품 중 가장 컸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 행위에 따른 매출로 인식했지만, 쿠팡은 고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손실을 감내하면서 판매한 상품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전원회의에서 쿠팡 측은 "PB 탐사수 판매로 매년 6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했다"며 "단기적으로 손실이지만 장기적으로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쿠팡은 탐사수가 많이 팔리는 것은 검색순위에 장기간 노출돼서 어쩔 수 없이 산 게 아니라, 다른 NB 브랜드 생수의 절반 가격에 품질이 좋아 재구매한 고객이 많기 때문이며 "공정위가 고객의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 발표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쿠팡이 이번 규제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거론하는 사례가 과거 코로나 기간 판매량이 급증한 마스크와 손세정제 상품이다. 당시 마스크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자 1개당 가격이 만원까지 치솟았고, 정부는 1인당 구매 제한을 실시한 바 있다. 이때 쿠팡은 PB 마스크 제품 가격을 개당 1000원 이하로 동결해 연간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마스크 공급 대란이 발생한 2020년 3월 조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 본사를 찾아 김범석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보건·위생상품과 관련한 쿠팡의 조치에 감사드린다"며 "마스크, 손 소독제, 기타 생필품 등에서 부당 판매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규율해달라"고 말했다.
쿠팡은 전원회의에서 PB 사업을 통한 직접 손실액이 6704억원에 달하며, 이를 제3자 판매(3P) 방식으로 판매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 대비 손실액은 1조2435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반면 공정위는 PB 상품 운영에 따른 손실은 과징금 부과 기준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은 부당 고객유인 행위 기간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며 "해당 제품 판매로 손실을 본 것은 과징금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쿠팡의 자기 상품을 중개 상품보다 검색순위에서 우선 노출한 행위를 제재한 것에 대해 업계에선 우려가 크다. 공정위가 "오프라인 매장의 PB 상품 진열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향후 제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들 유통사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의 경우 쿠팡과 같은 규제 기준을 적용하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형마트 업체 온라인몰에서 '생수', '물티슈', '계란' 등 검색어를 입력하면 PB 상품이 상단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다.
공정위는 다른 온라인 플랫폼도 PB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거나 임직원이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있지 않냐는 지적에 "온라인 쇼핑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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