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관심'을 기다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명선  | 2024.06.14 18:14
"왜 그렇게 힘이 없어요?"

두 어깨가 축 처져 무거운 발걸음으로 복귀하는 광식씨(가명)를 보면서 말을 건넸다. 그는 "일감이 없다"고 답했다. 새벽 5시 인력대기소에 나가 커피믹스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 때우고 2시간 넘게 기다리다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고 했다. 목소리마저 무너져 내린 것 같아서 마음이 저린다.

필자는 경찰관으로 퇴직한 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에서 주말 당직실장으로 5년째 근무하고 있다. 주말이면 직원들을 대신해 대상자들을 상담·관리하면서 이들이 새롭게 사회에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형사 처벌이나 보호처분을 받고 자립을 위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람 중 보호 관찰·사회수강 및 갱생 요청 등 사회 처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연고지가 없거나 멀어 오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술 교육을 제공한다. 광주 전남지부에도 현재 30여명의 대상자가 자립을 목표로 숙식을 제공받고 있다.

대상자 대부분은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배운 것이 부족하고 가진 것이 없어 맨몸으로 살아가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고 출소한 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자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공단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공장 등에서 일하면서 자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물가는 오르고 일감은 줄어 최근 들어 더욱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그래도 코로나19(COVID-19) 때는 주변에서 지원을 받아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 반면 요즘은 공단 지원도 줄고 위문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뚝 떨어진 것 같다며 곳곳에서 하소연한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삭막해지는 것 같다. 경제가 어려워 그럴수도있지만 남 일에는 무관심하면서 방관자 자세를 취하며 이기주의 사회로 팽팽히 나가는 것 같다.

최근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흉기 살인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흉악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모두 이들을 방치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재범이라는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이들이 자립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국가나 공단의 역할도 한계가 있다. 이들이 재범을 저지르는 원인을 제거하고 자립의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간곡히 바란다.

김명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 주말당직실장./ 사진=독자 제공

김명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 주말당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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