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피해자에 "네가 먼저 꼬리쳤지"…담당 경찰도 신상 털렸다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 2024.06.14 05:00
20여년 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담당 경찰 A씨가 신상털이에 노출됐다. /사진=SBS 보도 캡처

20여년 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담당 경찰 A씨가 신상털이에 노출됐다.

13일 유튜브에는 전 울산 남부경찰서 강력 1팀장 A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엔 A씨의 실명과 얼굴, 근황 등 개인정보가 담겼다.

A씨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을 거쳐 지능범죄수사대장을 끝으로 2016년 정년퇴직했다. 프로 킥복싱 단체를 설립하고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채널에 게시된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신상 공개로 인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현재는 모든 영상이 내려간 상태. /사진=유튜브 캡처

당시 성폭행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신분을 보호해달라'는 피해자의 요청에도 언론에 사건 경위와 피해자의 신원을 노출했다.

대면 조사에도 여경 대신 남성 경찰관이 들어왔고, 심문을 맡은 경찰관은 "네가 먼저 꼬리친 것 아니냐", "네가 밀양 물을 다 흐려놓았다", "가해자들은 미래에 밀양을 이끌어 갈 사람" 등 폭언을 쏟아냈다. 사건 당시 A씨 근무지는 울산이었지만 출생지는 밀양이다. "밀양 물..."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보인다.


다만 A씨가 폭언을 한 경찰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발생했다. 고등학교 남학생 44명이 1년간 여중생 한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협박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일부를 기소했고 나머지는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다. 기소된 10명도 이듬해 소년부로 송치됐지만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는 데 그쳤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폭로전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돼 사이버 테러를 당하는 등 피해가 잇따라 논란이 됐다.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였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5일 "유튜브 '00000'이 2004년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주장한 유튜브 OOOOO는(은) 이와 관련해 현재 영상 일부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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