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피해자 호소 "죽고 싶을 때 있지만 이겨낼 것…2차피해 없었으면"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 2024.06.13 15:06

한국성폭력상담소, 피해자 입장문 대독…"피해자 일상 회복을 위해 지원과 제도 마련 필요"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2004년에서 2024년으로 :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6.13.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13일 피해 지원단체를 통해 "피해자 동의 없는 신상 노출과 영상 게재를 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제도적·물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2004년에서 2024년으로: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윤경진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매니저가 이날 피해자 입장문을 대독했다. 피해자 측은 유튜버들이 피해자 측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영상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에 따르면 피해자는 입장문에서 "(유튜버가 영상을 올리기 전) 피해자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며 "피해자 동의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고려 없는 신상 노출은 삼가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이겨내도록 노력하겠다"며 "(시민들의) 응원과 힘내라는 댓글에 혼자가 아니란 것을 느꼈다. 잘못된 정보와 가해자가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절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밀양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열린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정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과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피해자와 피해자가족 지원을 맡았던 이미경 이사, 윤경진 여성주의상담팀 팀 매니저, 당시 피해자 최초 상담을 맡았던 김옥수 전 울산생명의전화 가정·성폭력상담소장이 참석했다. 2024.6.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사건 직후부터 지원하고 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밀양 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에 살고 있던 여중생을 유인해 1년에 걸쳐 지속해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최근 일부 유튜버가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면서 재조명됐다. 지난 5일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피해자 가족 모두와 소통이 끝나 동의를 받았고 이에 따라 가해자 44명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공지한 뒤 영상을 올렸다.

또 다른 유튜버 '판슥'은 지난 7일 피해자의 음성을 변조하지 않은 채 영상에 담았다. 피해자 측이 영상 삭제를 요청하자 피해자 이름을 묵음 처리했으나 입 모양은 그대로 공개했다.

김혜정 성폭력상담소장은 "(영상이 나간 후) 가해자와 그 가족들이 상담소 측으로 여러 차례 연락이 왔다"며 "많은 분이 가해자들의 뼈저린 참회와 반성을 기대하지만 이것이 피해자를 위한 사죄 방식이 맞느냐는 계속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영상이 공개된 후 연락이 왔기에 시기적으로도 진정한 참회 후 사과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튜버 '나락보관소'가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사진=나락보관소 유튜브 커뮤니티


김 소장은 "이번에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사람들은 가해자들이 가족과 사회, 지역의 지원을 받아 자기 삶과 생계를 영위해가는 모습을 봤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처하게 되는 환경과 조건은 어떤지 생각해봐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응징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단단한 지원이 더 논의되고 연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사건 발생 후 20년이 흘렀지만 피해자는 주거 환경, 사회적 네트워크, 건강까지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정식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 보수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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