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말고 다 드세요"…밀키트로 ESG 실천하는 이 회사[월드콘]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4.06.15 06:16

ESG 경영 실천하는 영국 밀키트 스타트업 '구스토'…자체 포장재 개발로 매년 플라스틱 74.5톤 저감

편집자주 |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사진=구스토 홈페이지 갈무리

독일인 티모 볼트가 2012년 창업한 영국 밀키트 스타트업 '구스토'는 매주 신메뉴를 50개씩 내놓는다. 멕시코 요리 엔칠라다부터 태국식 치킨 버거, 하와이식 치킨 포케, 한국식 두부 강정 등 전세계 요리를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매주 새 메뉴가 50개씩 쏟아진다면 메뉴를 고르는 것도 일이 된다. 채식주의, 유당불내증 등 메뉴 선택에 신중해야 하는 고객들에게는 더 어려운 일이다. 이에 구스토는 개인 취향과 조리 난이도, 할인 등을 고려해 자동으로 메뉴를 추천하는 엔진을 개발했다.

시장분석업체 커스토머엣지가 영국 카드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스토의 현지 밀키트 시장 점유율은 34%로, 경쟁업체 헬로피쉬(4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 구스토 이용자는 홈페이지에 "식재료 일부 품질이 떨어지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매우 만족하며 몇 년째 이용 중"이라며 "가족 식사 수준이 올라갔다"고 후기를 적었다.

6주째 구스토 밀키트를 주문 중이라는 한 이용자는 "글루텐 없는 메뉴만 찾는데도 선택지가 매우 넓어 좋았다"며 "덕분에 요리가 재밌어졌다"고 했다.



식재료 폐기율 40%→1% "탄소 23% 저감"


음식도 경쟁력 있지만 구스토의 진짜 강점은 '쓰레기'다. 음식부터 포장재까지 쓰레기는 밀키트 사업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영국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대응단체 WRAP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영국에서 연간 644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계란이나 과일 껍질, 뼈처럼 먹을 수 없는 부분은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다.

볼트 CEO 설명에 따르면 밀키트 제조를 목적으로 처음 확보한 식재료의 40%가 밀키트에 담기기도 전에 버려지는 게 업계 일반이었다. 원산지에서 공장까지 유통망이 너무 길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 구스토는 원산지에서 직접 식재료를 조달하는 방식을 택했고,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 식재료 비율을 1% 이내로 낮출 수 있었다. 유통망 단축과 함께 운송차량 운행이 줄면서 배기가스 배출량도 줄었다. 구스토 밀키트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배출되는 탄소는 일반 슈퍼마켓 제품에 비하면 23% 낮다고 한다.

WRAP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연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644만톤 중 470만톤이 가정에서 나온다. 구스토가 소비자 교육을 적극 실시하는 이유다. 구스토는 식재료 보관과 관리 방법,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조리법을 블로그에 소개한다. 이중에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남은 채소로 김치를 담가 선물해보라는 내용도 있었다. 당근 윗부분, 감자 껍질, 콜리플라워 이파리처럼 먹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조리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당근 윗부분은 영양가가 매우 높아 스무디로 갈아마시면 좋다고 한다. 감자 껍질과 콜리플라워 이파리는 간을 한 뒤 기름을 발라 바삭하게 구우면 짭짤한 과자가 된다.

구스토가 개발한 판지 포장재 '에코 칠 박스'. /사진=구스토 홈페이지 갈무리

구스토는 일회용 포장재, 특히 플라스틱을 완전히 퇴출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대체품으로는 재활용 판지를 선택했다. 판지 사이사이 공간이 냉기를 가둬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 판지를 이용한 포장은 한국 스타트업 마켓컬리에서도 채택한 방식이다. 그 결과 구스토는 매년 74.5톤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절감했다. 내년 안에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또는 퇴비화하는 게 새 목표다.




만화책 3배로 되팔던 소년, 슈퍼마켓 직원서 CEO까지


티모 볼트 구스토 CEO. /사진=구스토 홈페이지 갈무리
티모 CEO는 어린 나이부터 사업에 눈을 떴다. 10대 초 정기적으로 이탈리아를 오가던 친구로부터 이탈리아 만화책을 사들여 비싸게 되팔았다. 그는 "현재 가치로 약 9~10유로에 사들여 30유로에 되팔았다. 돈을 찍어내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사업가 기질에 불을 지펴준 이는 대부모(Godparent)였다. 캘리포니아에서 요식사업을 하던 대부모는 "왜 창업 생각을 안 하냐"며 10대였던 티모 CEO를 슈퍼마켓에 취직 시켰다. 사업을 하려면 일찍부터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티모 CEO는 "캘리포니아에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때 경험으로 인생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낙관하는 자세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업계에 취직해 일을 하면서도 사업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았다. 티모 CEO는 "항상 인류와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고싶었다"며 "음식물 쓰레기는 탄소 배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고 건강과 지속가능성, 편의성이 우리의 식탁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생각이 굳어지자마자 고연봉 직장을 때려치우고 구스토 창업에 뛰어들었다.

티모 CEO는 구스토를 식단과 건강을 책임지는 회사로 확장시킬 생각이다. 티모 CEO는 "10년 후에는 훨씬 더 개인화된 방식으로 음식을 섭취할 테고 개인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며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구스토는 (창업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100배 더 커졌다"며 "(구스토를 통해 맞게 될) 여러 커다란 기회를 생각하면 흥분을 감추기 어렵다"고 했다.

구스토는 2022년 투자모금에서 기업가치 17억 달러를 인정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스카이뉴스·시티AM 등 영국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비공개 투자모금에서 구스토는 기업가치 삭감을 감수하고 자금 2억5000만 파운드를 조달했다. 기업가치가 얼마나 삭감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30일 시티AM 인터뷰에서 볼트 CEO는 "경영 개선을 위해 일부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면서 "지금까지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며 달렸는데 창업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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