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려한다면서…" G5엔 없는 지주회사 사전규제, 한국만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 2024.06.13 14:45
한국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사전규제 현황/사진=한국경제인협회
한국이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지주회사에 '사전 규제'를 적용해 기업 경영 효율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 보고서를 13일 공개했다.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 주식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우리나라는 '경제력 집중' 우려로 과거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했지만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원활한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합법화했다. 현재 정부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이유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지주회사 제도가 사전 규제 중심인 것에 주목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이 자본총액의 200%를 넘지 않아야 하고 △원칙적으로 3단계 출자(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만 허용하며 △지주회사 체제 내 금융보험사를 보유할 수 없는 등 사전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미국 등 G5는 지주회사에 사후 규제만 적용하고 있어 다양한 형태 출자가 가능하다.

미국의 에너지 기업 집단 서던 컴퍼니(The Southern Company)는 지주회사가 지역별 중간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지역별 중간 지주회사가 풍력·태양광 등 발전 부문별 중간 지주회사를 지배해 최대 7단계 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지역별·부문별 수직계열화로 경영 효율을 도모하기 위해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3단계까지 출자가 가능하고 예외적(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으로만 4단계 출자가 허용된다.


일본 NTT 그룹 지주회사인 NTT 코퍼레이션은 자회사(NTT Data)와 공동으로 손자회사(NTT, Inc.)에 출자하고 있다. 한국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대상 직접 출자를 금지해 이런 형태의 출자가 불가능하다.

영국 정유기업 BP는 지주회사인 BP PLC를 중심으로 사업·지역별로 여러 개의 중간 지주회사를 두고 있다. BP PLC의 중간 지주회사 중 하나인 BP 인터내셔널(BP International Limited)는 금융보험사를 손자회사로 지배해 그룹 내 자금 조달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주회사 체제 내 금융보험사 보유가 금지돼 기업 경영전략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는 출자구조를 모색할 수 있도록 현행 사전 규제를 G5처럼 사후 규제 중심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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