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인터넷은행 3사가 은행산업 경쟁 심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면서 "인터넷은행 인가 정책만으로는 경쟁 촉진을 기대만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인터넷은행 도입을 앞두고 △금융소비사 편의성 제고 △은행산업 경쟁 촉진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등을 설립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주요 도입 이유 중 하나였던 '경쟁 촉진'의 성과가 적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예금시장 및 대출시장의 시장 집중도는 2015년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라며 "인터넷은행이 경쟁 촉진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예금시장 CR3(시장점유율 상위 3대 은행의 점유율 합)는 2015년 이후 줄곧 47%대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 집중도를 판단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도 1200대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대출시장은 시장집중도가 약간 감소했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HHI는 2015년 이후 1200대를 유지했고 같은 기간 CR3는 45%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44% 이하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의 시장집중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중기대출시장의 2003년 HHI와 CR3는 각각 1061, 46%에서 지난해 1355, 50%로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의 개인사업자대출시장의 HHI와 CR3도 각각 1109에서 1312로, 49%에서 50%로 뛰었다. 인터넷은행 3사가 도입된 2017년 이후도 증가세는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이 2022년부터 시작되면서 도입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3사 대출 잔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 촉진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가계신용대출 시장의 HHI와 CR3모두 2015년 이후 매년 감소하며 지난해 각각 1045, 44%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도 2015년 이후 꾸준히 HHI와 CR3가 감소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가계부문의 경쟁 강화도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값이 클수록 산업의 독점 수준이 높다는 것을 나타내는 러너지수는 2008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다 2021년 0.47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0.40, 2023년 0.30으로 하락했다.
이 연구원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가 올라가서 러너지수가 내려가면서 은행권 경쟁이 심화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있다"라며 "2023년에는 대환대출 인프라 등 당국이 여러 경쟁 강화정책을 썼기에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보다는 외부적인 영향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은행산업에서 러너지수는 은행이 한계비용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2021년 8월 이후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한계비용이 올라갔고 책정한 가격을 낮추지 않고도 러너지수가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가 경쟁 제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만약 경쟁 촉진이 필요하다면 기존 지방은행, 일부 저축은행의 대형화를 유도하거나 디지털화를 촉진해 경쟁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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