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와 대한상공회의소의 '대내외 경영 리스크 인식 공동조사' 결과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는 강하고, 반대로 지원은 약하다"고 평가했다. 정부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낮은 평가가 마냥 주관적인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SK하이닉스는 2019년에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발표했지만, 첫 팹 완공 시점은 8년 후인 2027년이다. 인허가 문제로 애를 먹으며 5년 가까이 겨우 땅 고르기를 하는데 그쳤다. 반면 미국의 마이크론은 공장 투자 발표부터 생산 시점까지 총 3년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보조금으로 지원 항목을 바꿔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칩스액트, CHIPS Act)으로 기업 투자액의 최대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지만, 한국은 보조금이 없다. 세액 공제 역시 한국은 대기업의 경우 15%를 '장비'투자액에만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장비와 인프라 모두에 25%까지 공제를 한다.
법인세도 그 하나다. 민주당은 세수 확충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당초 25%에서 3%포인트(p) 인하하려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1%p 인하하는데 그쳤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4%)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21.2%(2019년 말 기준)보다 높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15%까지 낮춘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산업계가 간절히 원해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어도 지난 국회 때 폐기돼 아까운 시간만 보내버린 법안도 적지 않다.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AI기본법, 산업기술보호법 모두 22대 국회 때 입법 절차를 꼬박 도돌이표로 밟게 됐다. 그만큼 기업들의 시간도 허비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경제 관련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점도 장애물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2022년 1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서 제외됐다가 10개월 후인 11월 다시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냉정히 말해 우리 경제환경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보조금이나 노조 문제, 높은 세율 등 최우선 과제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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