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피해자 지켜본 교사의 분노…"남자 유혹할 애 아냐, 사법부 개판"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 2024.06.12 15:56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 포스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12년 전 피해 여중생을 가르쳤던 교사가 썼던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글로 사건 이후 피해자의 참담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 뉴스1에 따르면 교사 A씨는 2012년 5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8년 전인가 7년 전인가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에 한 학생이 전학해 왔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 전학생 어머니가 하는 말, 정확히는 울음을 교무실에서 들었다"며 "알고 보니 그 당시 시끄러웠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B양의 어머니였다"고 적었다.

A씨에 따르면 어머니는 "제가 배운 것도 없고 돈도 없고 남편은 술만 마시면 우리를 때렸다. 너무 억울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큰 애는 미쳐서 방문 밖으론 절대 안 나오고 작은 애만이라도 살리려고 없는 돈에 서울로 왔다. 근데 돈이 없어서 방도 못 얻고 애들은 시설에, 전 여관방에서 잔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B양의 법률 대리를 무료로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는 "(밀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난리가 났다. 일단 (B양을) 피신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탈출을 제안했다. 딸 둘을 어머니와 서울로 이주시켰다"며 "처음에 피해자를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교육청에 '이런 학생을 받아주는 곳이 학교다'라고 항의한 끝에 한 고등학교로 전학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한없는 동정을 느꼈고, 평소 무서운 선생이었지만 나답지 않게 그 아이에게만은 무척 부드럽게 대했다. 하지만 B양이 웃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떠올렸다.


이어 "가해자들이 씨불인 것과 달리 B양이 먼저 남자애들을 유혹했을 리 없다. 얘를 한 학기 동안 가르쳤고 대화해 봤기 때문에 확신한다"며 "B양 어머니의 오열을 듣고 아이를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먹고 살아야 하니 치욕스럽게 가해자들과 합의 봐야 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A씨는 당시 출간된 이재익 작가의 소설 '41'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소설은 밀양 사건을 모티프로 41명의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무참히 짓밟은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A씨는 "'41'은 성폭행에 가담했던 남자애들 숫자다. 이 가해자들은 유력 인사의 자식들이라 모두 지금 잘 산다.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현재 얘기까지 담겨 있다"며 "'41' 때문에 내가 가르쳤던 어두운 표정만 보이던 그 작은 아이, 아이의 엄마가 꾀죄죄한 몰골로 부들부들 떨며 울던 그날의 풍경이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B양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누가 이 아이의 인생을 보상해 줄 것인가. 그 아이 생각하고 7년 뒤 피해자 아이들의 현재를 알고 나니 마음이 미어진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성년자 성폭행은 절대 용서해서도, 가볍게 처벌해서도 안 되는데 우리나라 사법부는 개판이다. 내가 이렇게 화나는데 당사자는 어땠을까.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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