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를 다른 나라에서 끌어 오는 이민 정책은 경제 활력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지만, 현재 우리 입장에선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선 전세계적인 흐름이 된 이민 유치 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예산처의 '2024 경제전망 시리즈'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전년대비 0.1%P(포인트) 하락한 2.2%다. 2025~2027년에는 2.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환경과 생산 요소들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추세적으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감소폭은 G7(주요 7개국) 대비 큰 편이다. 2000년 5% 중반이었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0년엔 3% 중반으로 떨어졌다. 그 중에서도 노동의 잠재성장 기여도는 2000년대 중반부터 0.1%포인트(P)이하로 떨어졌다.
이민자 유입을 통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것이 성장률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거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연구한 '이민 확대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보면 이민자 유입을 통해 생산가능인구를 3716만명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기준균형(이민자가 없다는 가정) 대비 잠재성장률은 2040년 1%P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2060년 기준으론 상폭이 1.3%p로 확대됐다.
잠재성장률 1%P 상승에 필요한 이민자 수는 △2040년 1223만7000명 △2050년 1479만1000명 △2060년 1722만4000명 등으로 추산됐다. 통계청은 2042년 이주배경인구가 404만명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를 대입해보면 잠재성장률을 1%P 올리기 위해선 이민자수가 기존 전망치보다 3배 수준으로 늘어야 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며 "이를 보완해줄 수 있을 정도로 이민자수가 확대되면 저출산 때문에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엘리트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수년간 이어지는 저출산 위기를 이민정책으로 극복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총인구는 약 592만명으로 전년대비 5%(약 28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이민자수는(156만명→177만명) 약 21만명 늘며 전체 인구 증가를 주도했다. 싱가포르의 이민자수 비중은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권태신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이 가고 있다"며 "20년 전인 2005년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각료회의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이민정책 확대가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 사는 나라'인 미국과 싱가포르가 점점 더 잘 살게 되는 이유는 각국의 유능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기술기업 발전을 이끌기 때문"이라며 "인도나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의 똑똑한 인재들은 실리콘밸리로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더 개방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 원장은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펴지 않으면 경제상황은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며 "석·박사 등 우수 인재는 비자나 국적을 주는 기준을 완화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보니 4차산업과 관련해 전문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전문 인력에게는 더 적극적으로 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유인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순 인력도 노동력 증대 측면에서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숙련도를 나누거나 국가를 다양화하는 식의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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