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사의 희생? 진짜 희생 당하는 환자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4.06.13 05:30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으로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사진= 뉴시스
최근 의정갈등에서 의사들은 자신들의 '희생'으로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운영된다고 주장한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는 의사들 희생으로 겨우 유지한 고사 직전의 한국 의료를 사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한 개원의는 "의대생·전공의가 희생하고 있다"며 "편리한 의료 시스템은 의사와 직원의 희생에 따른 것이지 환자의 권리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말하는 희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의료 시스템의 근간엔 건강보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득자가 건보료를 내며 의료 시스템 유지에 기여한다. 온전히 의사 희생만으로 이뤄진 것일 리 없다.

게다가 의사들은 의료 소득을 얻는다. 정부의 '의사 인력 임금 추이' 자료를 보면 2022년 근무 중인 의사 9만2570명의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이다. 2022년 한국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 4231만2000원 대비 7배 이상이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그러하듯 소득을 얻기 위해 행한 행위를 두고, 고소득자인 의사들이 희생이라 일컫는 부분은 공감 가지 않는다.

전공의·의대생이 희생한다는 부분도 그렇다. 누구도 집단사직과 동맹휴학을 강요치 않았다. 그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자의'로 한 선택이다. 한 의사단체 인사는 "의대 증원이 전공의와 의대생의 미래를 암울하게 해 그들이 뛰쳐나간 것"이라고 했다.


미래 소득이 줄 것을 우려해 본인들이 스스로 행한 선택이 국민을 위한 희생인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미래 소득이 얼마나 줄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는데 이를 이유로 의료공백 사태를 야기한 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변호사만 보더라도 2012년 로스쿨 도입과 인원 확대 이후 평균 소득이 한때 준 적은 있지만 2014년 1억200만원에서 2021년 1억1500만원으로 증가했다.

오히려 그들의 행동으로 진짜 희생 '당하는' 것은 환자다. 암 환자들은 '타의'로 진료 지연, 수술 취소 등에 놓이며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런데도 이젠 의대 교수들마저 전공의·의대생을 위해 휴진한다며 환자 목숨줄을 쥐고 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국민적 반감만 커질 뿐이다. 의사들은 환자를 희생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제도 개선을 외쳐야 국민이 귀 기울일 거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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