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7일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코스피 75개사, 코스닥 78개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M&A(인수합병)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답변이 44.5%, '철회·취소' 하겠다는 응답은 8.5%에 달했다. 또, 응답기업의 66.1%는 상법 개정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기업 전체의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으로 진단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며 "현행 형법상 배임죄 등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까지 가중되면 장기적 관점의 모험투자 등을 꺼리게 돼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도 도입 시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61.3%에 달했다. 응답기업의 84.9%는 배임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응답했고, 24.8%는 최근 5년간 불명확한 배임죄 기준 때문에 의사결정에 애로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간 업무상 배임죄 신고건수는 2022년 2177건 등 매년 2000건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경제계는 기업인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려도 이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주 중에는 지배주주도 포함되고, 비지배주주간에도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의문"이라며 "면밀한 검토 없이 도입하면 M&A나 신규투자는 위축시키고 경영의 불확실성만 가중하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 응한 상장사들은 다양한 방식의 주주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었다. 62.1%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했고, 49.7%는 전자주주총회를 운영 중이었다. 또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규제보다 자유로운 기업 경영활동을 보장해주는 법제도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답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기업들도 주주보호를 위해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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