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절반 이상 "이사 충실의무 확대시 M&A 재검토·철회"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24.06.12 16:03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추가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같은 법 개정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7일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코스피 75개사, 코스닥 78개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M&A(인수합병)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답변이 44.5%, '철회·취소' 하겠다는 응답은 8.5%에 달했다. 또, 응답기업의 66.1%는 상법 개정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기업 전체의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으로 진단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며 "현행 형법상 배임죄 등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까지 가중되면 장기적 관점의 모험투자 등을 꺼리게 돼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관련 기업 우려사항/그래픽=김지영

실제로, 제도 도입 시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61.3%에 달했다. 응답기업의 84.9%는 배임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응답했고, 24.8%는 최근 5년간 불명확한 배임죄 기준 때문에 의사결정에 애로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간 업무상 배임죄 신고건수는 2022년 2177건 등 매년 2000건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경제계는 기업인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려도 이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주 중에는 지배주주도 포함되고, 비지배주주간에도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의문"이라며 "면밀한 검토 없이 도입하면 M&A나 신규투자는 위축시키고 경영의 불확실성만 가중하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 응한 상장사들은 다양한 방식의 주주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었다. 62.1%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했고, 49.7%는 전자주주총회를 운영 중이었다. 또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규제보다 자유로운 기업 경영활동을 보장해주는 법제도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답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기업들도 주주보호를 위해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개그맨들에게 폭력·따돌림 당해"…'뜬금 은퇴→해외행' 천수정 폭로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비 와서 라운드 취소"…4시간 걸려도 직접 와서 취소하라는 골프장
  4. 4 유명 사업가, 독주 먹여 성범죄→임신까지 했는데…드러난 '충격' 실체
  5. 5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꼭꼭 숨긴 자산 추적…추징금 122억 전액 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