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도 야금야금...더 처절해진 中企 창문형에어컨 생존경쟁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 2024.06.14 08:02

대중화 이끈 파세코...삼성·LG 뛰어든 후 매출 3년째 내리막
노하우로 버텼지만 대기업, 빠른 속도로 쫓아와
야외로 가는 신개념 창문형에어컨 출시...중소기업 생존 안간힘

삼성, LG와 경쟁하는 파세코의 매출 추이/그래픽=윤선정
중소기업들이 만들어낸 창문형에어컨 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뛰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창문형에어컨 기업 파세코의 매출은 2021년 2272억원에서 2022년 2005억원, 지난해 1475억원으로 3년째 내리막이다. 영업이익도 229억원에서 급감해 지난해는 12억 적자를 냈다.

파세코는 창문형에어컨의 대중화를 이끈 기업이다. 2019년에 파세코가 제품을 출시하기 전까지 창문형에어컨은 '싼 맛에 쓰는 에어컨'으로 통했다. 여관, 모텔에 많이 설치돼 '모텔 에어컨'으로까지 불렸다.

파세코는 제품의 성능을 강화하고 세련된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고 1인가구 증가, 방마다 냉방가전을 설치하는 이른바 '방방냉방' 트렌드와 맞물리며 시장이 커졌다. 시스템에어컨으로는 삼성, LG와 경쟁할 수 없는 신일전자와 위니아, 귀뚜라미, 쿠쿠 등이 뛰어들었고 2019년에 4만대에 불과했던 창문형 에어컨 출하량이 2022년에는 50만대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70만대를 넘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 LG전자는 2022년에 창문형에어컨을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중국과 인도 등 해외시장을 겨냥한 제품이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판매가 됐고, 결과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삼성은 에어컨 강자 답게 창문형에어컨이 소비 전력을 74% 줄이는 무풍 냉방 등 프리미엄급 기능을 갖췄다. 불과 3년 새 판매량이 크게 늘어 지난 4월 삼성 매장에서 판매된 에어컨은 전년 동기보다 20% 늘었는데, 창문형 에어컨 판매가 155% 증가한 결과였다. LG도 오는 14일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AI(인공지능)가 고객이 온도를 설정하는 패턴을 분석해 선호 온도를 자동 설정하는 제품이다.


처음에 중소기업들은 창문형에어컨의 성능은 밀려도 '범용성'에서 앞섰다. 창문형에어컨을 더 다양한 창문에 설치할 수 있었다. 국내에 집마다 다양한 창문의 크기와 재질에 맞게 에어컨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보다 노하우의 영역이었다. 파세코는 창의 높이가 77cm만 넘으면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다. 목재, 알루미늄창이어도 상관 없다. 파세코 관계자는 "현재까지 설치 불가능한 사례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삼성, LG은 범용성도 따라잡고 있다. 둘다 여닫이창, 목재창, 알루미늄창이 아니면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다. 삼성은 창의 높이가 147cm, LG는 150cm 보다 크면 연장 거치대를 설치해 에어컨을 설치하면 된다.

중소기업들은 범용성 외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 중이다. 파세코는 올여름에 아예 야외에서도 쓸 수 있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제습에어컨'을 출시했다. 창문형에어컨으로도 쓸 수 있고, 캠핑모드로 아예 실외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캠핑모드로는 500W 저전력으로 캠핑장 전기에 과도한 부하를 주지 않는다.

귀뚜라미는 올해 신제품의 제습 성능을 기존 제품 대비 75% 강화했다. 제습모드로 가동하면 실내 습기를 하루 최대 40L 제거한다. 새로 추가한 에코모드로는 실내 온도를 빠르게 낮추고 8시간 동안 바람 세기를 서서히 조절해 일반 모드보다 에너지를 60% 절감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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