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삶의 토양을 바꾸는 일…'다문화'서 '상호문화'로 넘어가야"

머니투데이 박상곤 기자, 민동훈 기자 | 2024.06.20 04:30

[창간기획]'웰컴인!' 대한민국 ①-4

편집자주 | 이르면 올해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다. 다문화 인구, 장기 체류 외국인 등 이주배경 인구의 비중이 5%를 넘어서면서다. 합계출산율 0.7명으로 인구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 국가소멸로의 질주를 멈출 방법은 사실상 이민을 늘리는 것뿐이다. 이주민 또는 다문화 시민들과 함께 화합과 번영을 이룰 방법을 찾아본다.

문병기 이민정책학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민 정책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벗어나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에 기초한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국민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외국인이 살아가야 할 기본 토양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문병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대 본관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우리'라는 개념의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성공적인 이민 정책 수립을 위해선 이민자와 국민이 서로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기회가 일상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교수는 "사회적 합의나 여론이 형성될 경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는 시간만 많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화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는 '상호문화주의'에 기초해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익숙함'을 끌어낼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민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음에도 정부가 그동안 제대로 된 이민정책을 수립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부처별로 필요에 따라 시행한 파편화된 정책들만 존재했을 뿐"이라며 "여러 부처에 책임이 나뉘어 있다 보니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또 "이민이라면 해당 국가에 상당 기간 있으면서 문화와 교육이 정착된 정도여야 이민이라 할 수 있다. 노동 수급을 위한 기존 고용허가제 등은 이민 정책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문병기 이민정책학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러면서 이민을 '시장 경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이민 정책은 해외 인력을 데려오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이 사람들을 어느 곳에 배치할지 기본 활용 계획·인력 수요 분석을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추세 분석만 있었을 뿐, 세부적인 수요·활용 계획을 갖추지 못했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 등에서 언급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차등 지급 방안 등에 대해선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문 교수는 "이민 문제는 입체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 노동 시장 마찰 효과를 노리고 해결하려 들면 안 된다"며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들여온다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문 교수는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토양 자체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시간이 별로 없다. 길어야 10년 안에 이민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범정부적 콘트롤 타워, 국민들의 인식 변화 등 이민 정책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설립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한국지방자치학회장, 한국정책과학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해왔다. '이주민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국민 일자리에 관한 시론적 연구', '이민자 사회통합지원 지역 전달체계 분석 및 효과적 통합방안 연구' 등 이민 정책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이민 정책 전문가다.

문병기 이민정책학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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