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글 검색창 "밀양경찰서=민중의 곰팡이"...또 엉뚱한 곳에 불똥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 2024.06.12 10:47
지난 10일 구글 검색창에 '밀양경찰서'를 검색한 화면. /사진=구글 캡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받으면서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밀양경찰서'가 '민중의 곰팡이'로 검색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해당 사건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애먼 곳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구글 검색창에서 '밀양경찰서'를 검색하자 오른쪽 상단에 '밀양경찰서(민중의 곰팡이)'라는 안내가 떴다. '민중의 곰팡이'란 경찰을 칭하는 '민중의 지팡이'를 비꼬아 만든 비속어다. 경찰이 경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비난할 때 주로 사용된다.

구글 오른쪽 상단에 뜨는 안내는 구글 지도의 데이터를 그대로 끌어온 결과다. 구글 지도에 밀양경찰서가 '민중의 곰팡이'로 등록돼있는 것. 지도에 이런 비속어가 떡하니 적히게 된 것은 밀양 성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밀양시와 밀양 공권력에 대한 대중의 분노 때문으로 추정된다.

구글 지도의 경우, 해당 주소에서 영업하는 사업자가 소유주로 등록한 후, 상호·영업시간 등을 적어넣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돼있다. 이 경우, 소유주로 등록되지 않은 다른 이용자들은 해당 주소의 상호 등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그러나 '밀양경찰서' 같은 국가기관은 소유주 등록이 안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이용자들이 마음대로 상호를 변경할 수 있다. 해당 주소 검색 후 '수정 제안하기' 버튼을 클릭해 변경하려는 상호를 제안하면 된다. 다수가 한꺼번에 같은 제안을 하면 자동으로 상호가 변경되는 식이다.

최근 한 유튜버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차례로 공개하면서 밀양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차가워진 상황. 특히 사건 당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경찰에 불만을 품은 누리꾼들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합심해 '밀양경찰서'를 '민중의 곰팡이'로 수정 제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지도는 한국에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어 구글코리아에서 이런 사태를 사전에 인지하고 방지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의 취재가 시작되자 구글의 조치가 이뤄졌고 12일 현재 구글 검색창에서 '민중의 곰팡이' 문구는 사라지고 '밀양경찰서'라는 안내만 뜬다.


과거에도 비슷한 해프닝은 여럿 있었다. 비근한 예로 2021년 4월 통일부가 북한 외무성으로 추정하는 건물이 '더불어민주당 평양본부'로 등록돼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 평양 김일성 광장 인근 공중화장실은 '문재인 캠프 평양본부'로 등록됐다.

당시 구글 측은 "이런 식의 허위 조작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 85% 걸러내고 이용자들의 신고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3년이 지난 이번에도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한 것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번 사태를 부른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지난 2004년 44명의 남학생이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가해자 10명을 기소했고 기소된 이들은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았다. 20명은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고 나머지 14명은 합의로 공소권 상실 처리를 받았다.

44명 중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아 전과기록이 남지 않으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경찰들이 피해 여중생에게 "니네들이 꼬리친 것 아니냐" "니네들이 밀양물 다 흐렸다" 등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분노는 경찰로까지 향했다.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조사를 진행한 경찰서는 '민중의 곰팡이'로 등록된 '밀양경찰서'가 아닌 '울산남부경찰서'였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남부서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고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3명을 문책했다. 특히 피해 여중생에게 폭언한 경찰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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