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복귀해 6경기를 치렀지만 김경문(66) 한화 이글스 감독에겐 특별한 하루다. 프로 무대 감독이 된 뒤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우승의 꿈은 안겨줬던 제자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과 지도자로서 맞대결을 벌이게 됐고 그 상대팀이 바로 자신이 오래 몸담았던 두산이기 때문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승엽 감독을 보니까 옛날 생각이 더 나고 너무 반가웠다"며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지만 이 순간은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국민타자' 이승엽을 중용했다. 7경기에서 1할대 타율의 최악의 부진을 겪었고 이승엽에게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는 김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결국 증명했다.
이승엽은 준결승에서 일본을 격침시키는 통렬한 홈런포를 날려 한국 야구 대표팀에 메달을 선사했다. 다시 한 번 '병역 브로커'라는 별칭을 얻게 된 장면이었다. 이어 쿠바와 결승에서도 앞서 가는 홈런을 날리며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의 중심에 섰다. 이승엽은 당시 자신을 믿어준 김경문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며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김 감독은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그때는 승리하고도 울지 않았나. 저도 준우승에 한이 많았는데 이승엽 감독 덕분에 승리에 눈물을 흘렸고 굉장히 기뻤다"며 과거를 추억했다.
앞서 이 감독도 "항상 감사드린다"면서도 "지금은 상대팀이니 냉정하게 팀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스승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다시 돌아왔으니까 한화가 좋은 팀들에게 밀리지 않고 같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1982년 프로 원년 OB 베어스(두산 전신) 유니폼을 입은 김 감독은 우승을 이끌었고 10년의 선수 생활 중 9시즌을 베어스에서 뛰었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2003년 10월 두산 감독에 올라 2011년 시즌 사임하기까지 8시즌 동안 두산을 이끌었다. 이 기간은 '두산 육상부', '허슬두', '화수분 야구' 등 다양한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두산만의 확고한 색깔을 찾는 시기였다.
김 감독은 "두산은 잊지 못한다. 두산에 있으면서 제가 베이징 올림픽 감독이 됐었다. 그때 생각이 나고 너무 고맙다. 두산에 대해서 감사한 건 잊지 않고 있다"면서도 "한화 팬들께 (홈에서) 승리를 못드리고 왔다. 야구는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두산도 좋지만 우리 선발이 나름대로 괜찮으니까 찬스가 오면 그 경기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