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도 벤처투자 허용" 목소리 키우는 업계…정부는 "글쎄"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24.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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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벤처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사진=(서울=뉴스1)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허용해달라는 벤처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불안 여파로 위축된 벤처투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퇴직연금의 수익성도 높인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는 아직 투자 위험성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 벤처업계 간담회에서는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관련 건의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이슈를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한국벤처캐피탈협회뿐 아니라 벤처기업협회에서도 목소리를 내면서 간담회에서 해당 이슈가 비중 있게 논의됐다"고 전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시행령은 퇴직연금 운용 방법을 예·적금, 보험, 상장사 지분증권(주식)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원금보장 등 안정성이 중요한 퇴직연금 특성을 고려해서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퇴직연금 수익률은 2.6%, 2.0%, 0.02%, 5.2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0.5%, 2.5%, 5.1%, 3.6%였다. 2021년, 2022년은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벤처업계는 퇴직연금이 벤처펀드에 출자를 할 수 있도록 퇴직급여법 시행령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일부만이라도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되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벤처투자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 모태펀드의 연평균 수익률(IRR)은 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퇴직연금이 벤처투자 시장에 유입되면 고금리로 위축된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했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규모는 총 382조원에 달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으로 투자시장의 분위기는 아직 냉랭하다"며 "특히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기업의 기술개발 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벤처·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소극적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부정적인 입장이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이 조금씩 모은 적립금인 만큼 수익률이 낮더라도 손실을 보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벤처생태계 지원방안'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정을 위해선 국회 등에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퇴직연금의 운용 방법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사항이지만 정부가 이를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부처 간 더 많은 논의를 거치고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국회에서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 빠르게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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