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조 퍼붓고도 출산율 '뚝뚝'…"정책 절반만 진짜" 다시 뜯어본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24.06.11 17:07

주형환 "양육·돌봄정책 효과 따질 것"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고용·일자리 세대공존을 위한 전략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명원
정부가 저출생 대응에 지난 18년간 380조원을 쏟았지만 실질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한 정책은 일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집행된 관련 예산 중 절반 정도만 직접적으로 정책과 연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앞으로 저출생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고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저고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이같은 논의가 중심이 된 '저출생 예산 재구조화 필요성 및 개선방향'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서 저고위는 저출생 대책의 실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손잡고 '인구정책평가센터'를 설립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인구정책평가센터에서는 양육·돌봄 정책부터 효과 평가를 시작할 것"이라며 "정책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주거와 노동까지 확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생 대책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효과가 미흡한 과제는 과감히 도려내고 효과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며 "저출생의 추세 반전을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개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성민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지난해 저출생 대응 예산을 살펴본 결과 142개 과제와 연관된 전체 예산 47조원 중 절반인 23조5000억원(84개 과제)만 직접적으로 연결된 핵심 정책에 쓰인 것으로 분석했다. 중앙정부가 참여하거나 관리하는 사업이 대상이다.

한 실장은 "저출생 대응 사업의 문제점으로는 기본계획과 과제간 낮은 연관성, 부처간 유사·중복 사업, 핵심 성과지표와 사업목표간 괴리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심층 성과 평가를 중심으로 사업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교육부의 지방자치단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예산 3504억원)과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예방강화 사업(예산 745억원) 등은 각각 지역균형발전과 안전한 사회조성을 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저출생 대응과 직결되는 예산 23조5000억원 중에는 20조5000억원이 양육비용 절감에, 2조원이 일·가정양립에, 1조원이 결혼·출산 장려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실장은 "청년을 위해서는 '결혼하고 싶은 환경 조성', 부모의 경우 '유연한 근무 여건 마련'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예산의 실체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책 수요자가 연령, 소득·자산 수준이 상이해 정책의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필요한 예산 규모가 크지 않고, 부처 고유 사업이 다수"라며 "저고위가 타부처 사업 예상을 조정할 권한도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추가로 필요한 저출생 대응 예산 규모를 검토하고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에서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부처간 예산 조정 뿐만 아니라 재원 마련을 위한 재정 혁신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저출생 예산의 효율적 관리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저출생 예산의 기준조차 모호하다"고 짚은 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경우 임신과 출산, 돌봄에 소요되는 의료비 지원은 저출생 예산에서 제외한다"면서 "정책수요자에게는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출생 대응에 투자를 할 지 정책적, 정치적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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