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 구해요. 2주안에 200만원 상환하겠습니다."(연 이자율 869%)
"30만원 빌려 주시면 2주안에 35만원 갚겠습니다."(연 이자율 434%)
전국 수 백여곳의 대부업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한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는 법정 최고금리 20%를 200배 초과하는 대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업체가 강요한 '살인적 이자율'이 아니다. 1~2주 안에 30만~200만원의 소액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글이다. 단기간에 갚으면 이자가 5만원으로 적어보이지만 연 환산 이자율은 400%가 넘는 '불법'이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갈 곳이 사라졌다. 2018년 이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자 '생사기로'에 놓은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 빗장을 일제히 걸어 잠근 여파다. 6년간 약 150만명 대부업 이용자가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지난해 3월 시행한 소액생계비대출로 약 18만명이 흡수됐지만 대부분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4조5921억원으로 2018년 상반기 17조4470억원 대비 3조원 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대부업 이용자는 236만명에서 84만명으로 152만명 급감했다.
대부업 대출 잔액과 이용자가 지난 6년 동안 큰 폭으로 쪼그라든 이유는 이 기간 두 차례에 걸쳐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법정 최고금리는 연 27.9%에서 2018년 24%로, 2021년 20%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대부업 신용대출 잔액은 반토막 났다. 2018년 12조7334억원에서 2023년 상반기 6조171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금융당국이 조만간 발표하는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업체들은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신용대출은 사실상 중단하고 아파트 후순위나 자동차,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은 늘려왔다. 그 결과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 6년간 73%에서 41%로 대폭 축소됐다.
대부업은 원래 신용점수 하위 10%의 저신용자 급전창구로 통했다. 1금융권인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취약계층이 마지막 찾는 제도권 금융이다. 하지만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체조차 '본업'인 신용대출을 못하고 있다. 담보대출로 영업 모델이 빠르게 바뀌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한 이후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대부업체에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아파트 후순위 담보 대출이 늘었다"며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고신용자가 대부업체 최선호 고객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부업체 평균 대출금리는 13.7% 수준으로 최고금리보다 6.3%P(포인트) 낮다. 최고금리 규제의 긍정적인 효과라기 보단 중신용자 이상을 대상으로 한 담보대출을 한 결과다.
대부업체 조달금리는 약 7~9%로 본다. 돈 떼일 위험인 대손비용은 약 10% 수준. 여기에 중개 수수료 비용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최종 원가는 최고금리인 20%를 훌쩍 넘는다. 최고금리 규제로 대출금리를 20% 넘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손비용이 작은 담보대출을 선택한 것이다.
한 대형 대부업체 대표는 "이제는 대부업체에 가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걸 알기 때문에 예전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대부업 이용자 150만명이 줄어든 건 경제가 좋아서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담보 위주로만 해야 하니까, 결국 저신용자는 대부업권을 떠나 사금융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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