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 돕기 △기부 경험 △자원 봉사 등으로 구성된 세계기부지수 중 한국이 유독 낮은 부분은 기부 경험이다. 응답자 중 40%만이 기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기부 선진국인 미국(61%), 캐나다(62%)와 비교해 크게 차이난다. 이유는 모금 단체에 대한 불신 떄문이다.
한국모금가협회가 행정안전부 의뢰로 2018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기부 경험이 없다'고 답한 628명 중 60%가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모금 단체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모금 단체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기부문화 확산이 어렵다.
체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기부 문화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수정 체리 대표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모금, 분배, 사용까지 기부의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며 "여기에 다양한 기부 플랫폼을 통해 기부의 재미를 더해 북미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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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기부금 모금부터 사용까지 투명하게━
이 대표는 "2019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주관하는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했다"며 "이후 여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성장했고, 2022년 12월 체리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고 말했다.
체리의 핵심 기능은 스마트계약을 이용한 투명성 확보다. 우선 기부자가 체리에서 기부를 하면 체리 포인트가 발행되고, 발행된 체리 포인트는 블록체인 지갑에 보관된다. 기부자는 이렇게 보관된 체리 포인트로 체리에 등록된 모금 사업에 기부를 하게 된다. 기부된 체리포인트는 모금 단체를 거쳐 수혜자에게 전달되고, 수혜자는 체리 가맹점에서 체리 포인트를 사용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스마트계약을 통해 진행된다. 스마트계약이란 계약 이행 및 검증 과정이 네트워크로 자동화되고, 다른 외부의 간섭 없이 실행되는 계약을 뜻한다. 이 대표는 "과거 모금 단체가 기부금을 모으고, 분배하는 과정에서 개입되는 외부 간섭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리의 투명성에 많은 기업들이 응답했다. 체리는 2019년 론칭 이후 380개 기부단체와 2000개 이상의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100개가 넘는 기업 파트너들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기부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기부 내역이 확인돼야 한다"며 "이런 고민을 블록체인 기술로 풀어냈다는 점, 기부 내역을 국세청과 원스텝 연동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기업 파트너들이 체리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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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한방에 기부까지…기부 선진국 캐나다 반했다━
체리키오스크는 키오스크 형태의 플랫폼으로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카드로 결제하면 기부가 5분이면 끝난다. 기부금은 5000원부터 3만원까지 기부자가 원하는 만큼 기부할 수 있다. 체리워크는 체리 앱 내 탑재된 서비스로 걷는 만큼 쌓인 체리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다.
최근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체리포토다. 즉석 사진을 촬영하면 사진값의 20%가 기부되는 방식이다. 체리키오스크와 체리포토는 체리의 주요 수익원이기도 하다. 체리는 체리키오스크와 체리포토에서 발생하는 기부금 중 일부를 매달 운용료로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사진 촬영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부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체리포토의 목표"라며 "국립세종수목원, 한동대학교, 메리어트 호텔 세종, 한화리조트 거제에서 실증사업(PoC)을 진행했으며 전국 14개 수목원으로 확장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체리의 주요 이용자가 2030 MZ세대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누적 기부금 100억원을 돌파한 체리의 전체 기부자 중 56%가 MZ세대로 조사됐다. 누적 기준 최고 기부자 5명 중 3명, 후원 횟수 최다 기부자 5명 중 3명이 MZ세대일 정도로 체리 이용에 적극적이다.
기부 선진국 캐나다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만간 캐나다 토론토에 체리포토 1호점을 열고, 총 4대의 체리포토를 수출할 계획이다. 체리 관계자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AC)인 플러그앤플레이에서도 기부 시장 규모가 큰 북미에서 기회가 많을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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