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니라에서 현재를 가꾸고 미래를 꿈꾼다는 데엔 차이가 없다. '다름'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을 넘어 서로 존중하는 '상호문화주의'의 가치에 따라 '우리'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할 때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국가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선 '이민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우리나라를 '이민 오고 싶은 나라'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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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0.7명, 국가소멸의 해법 '이민 확대'━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국내체류 외국인은 260만명이었다.체류외국인 중 등록외국인은 139만명,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자는 54만명, 단기체류외국인은 67만명이다. 관광 등의 목적으로 머물고 있는 단기체류외국인을 제외하면 약 200만명이 결혼, 취업, 유학 등의 이유로 국내에 장기거주하고 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같은 이민자 유치를 늘리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 0.7명의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를 넘어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2022년 3674만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가 2072년에는 1658만명으로 절반 넘게 감소한다. 이미 국내기업들은 필요한 노동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생산 차질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제품을 소비할 수요 시장의 축소로 산업 생태계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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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경제적 효과…극우 포퓰리즘 약진 부작용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도 적극적인 이민 정책에 나서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의 외국인 인구는 340만명이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약 2.8배 증가한 수치다. 대만 역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약 30년 전부터 일찌감치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민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3~2034년 미국 노동력이 이민 급증에 힘입어 52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GDP(국내총생산)는 이민자 유입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약 7조달러(9638조원), 세수는 1조달러(1377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춘'(Fortune) 선정 500대 미국 대기업 중 이민자가 창업한 기업은 43%에 달한다. 이민이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사회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뜻이다.
반이민 정서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리옹에서는 16세 소년이 이민자의 칼부림 범죄에 숨지자 반이슬람·반이민 시위가 일어났다. 같은해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도 이슬람 이민자의 범죄에 분노한 폭동이 일어났다. 2020년 단행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도 과도한 이민자 지원정책에 따른 반이민 정서와 무관치 않다.
이는 포퓰리즘을 이용한 극우 정당이 부상하는 기회가 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EU 의회 총선거에서 극우정당의 약진한 것이 그 방증이다. 프랑스에선 반이민·난민 정책을 추진해온 극우 야당인 국민연합(RN) 앞승을 거뒀고 독일에선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 2당으로 올라섰다. 이탈리아의 경우 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제1당을 차지했다. 미국에선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연말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와 강력하게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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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 총괄 컨트롤타워 부재…이민청은 언제?━
문화의 차이·의사소통 부족 등 다양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외국인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기보다도 같이 상생하는 동료로서 인식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 잡혀야 한다"며 "효과적인 이민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시민의 동의와 공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이민청 설립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민청 설립법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올 2월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별다른 논의도 해보지도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이민청 설립법안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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