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보호 법제화, 이중규제…경영 위축"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24.06.11 05:00

'밸류업' 상법 개정 추진
이사 충실의무 '확대' 논란
재계 "손배소 등 남발 우려"
한경협도 회사법 훼손 주장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하며 질의에 답하고 있다.2024.5.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추가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 재계는 이같은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 이사진이 주주에 의한 상시 소송 리스크에 노출돼 결과적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0일 경제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부터 상법 내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개정에 착수한다. 현재 상법(제382조의3)은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해당 조항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하여'라고 고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에 주주까지 확대하겠다는 것. 앞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6월 중 공청회를 열고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상법에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뒤 법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재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법이 개정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도입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법제화는 경영인의 사지를 묶는 이중규제"라며 "일상의 경영활동까지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산업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도 대응에 나섰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는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전제로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인정 여부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고, 정부의 상법개정에 대해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 외에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해외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인 '자본 다수결 원칙' 및 회사와 이사 간 위임관계 훼손 등 우리나라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 주주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자본 다수결 원칙'에 따라 출자 비중이 높은 주주가 주로 갖는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명시한 상법 개정안은 소수주주의 이익을 과대평가해 주식회사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은 현실화시킬 수 없는 이상적 관념에 불과하다"며 "이를 상법에서 강제할 경우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을 지연시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보고서는 현행법 체계상 이사가 회사 외에 별도로 주주에 대해 충실 의무를 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법상 이사는 주주총회 결의로 회사가 임용한 회사의 '대리인'인데, 여기엔 민법상 '위임의 법리'와 '수임인(대리인)의 선관 의무'가 적용됐다. 이를 감안할 때 민법 및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는 위임계약을 맺은 회사에게만 한정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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