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팅'과 '도쿄앱'[광화문]

머니투데이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 2024.06.11 05:50
"일본 정부가 중요성을 인식하게 돼 기쁘다."

줄곧 인구 문제를 화두로 던져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일본 도쿄도가 미혼 남녀의 만남을 장려하기 위해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나선 것을 두고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러면서 "혁신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머스크가 소개한 도쿄도의 데이팅 앱은 지난해말 온라인을 통해 선보인 인공지능(AI) 이성 추천 서비스 앱의 확장판으로 일반적인 유사 앱과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참여자의 개인 정보를 인증해준다. 실제로 앱 가입을 위해선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얼굴 사진이 있는 신분증은 물론 신장·호적·학력·직업·소득 등 15개 항목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불륜에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미혼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도 필요하고 결혼을 목적으로 한 성실한 만남을 유도하는 서약서에 서명도 해야 한다.

도쿄도가 이례적으로 수십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자체 커플 매칭 앱까지 만들게 된 배경엔 전국 최하위로 추락한 출산율이 있다. 일본 후생성이 이달 5일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0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도쿄의 경우 전년보다 0.05명 줄어든 0.99명을 기록했다. 일본 4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사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일본과 도쿄만이 아니다. 앞서 인구 소멸 1호 국가로 지목된 바 있는 한국과 서울은 심각 단계를 지나 초비상 국면에 들어선지 오래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은 0.76명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9년 1분기(1.02명) 이후 21분기 연속으로 1명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엔 역대 최저인 0.65명까지 하락했다. 통상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고 연말로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합계출산율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지난 3월 출생아 수가 전년 동월 대비 7.3%(1549명) 줄어 1만명대(1만9669명)로 내려 앉았다. 역시나 3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규모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생기는 우리나라 인구 자연감소는 2019년 11월부터 5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혼인 건수도 1만7198건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5.5%(992건) 감소했다. 특히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까지 떨어져 전국 꼴찌란 오명에 갇혔다.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사업을 접긴 했지만 서울시가 커플 매칭을 위해 소개팅을 주선하는 '서울팅'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나서 "하도 세상이 험하다 보니 미혼 여성들은 잘 어울리는 이성일지 고민하기 전에 범죄자를 만날까봐 불안에 떤다고 한다"면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고 했을까. 결국 서울시의회가 미술관이나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미혼 남녀가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게 주최토록 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도쿄도가 선보인 데이팅 앱의 서울 버전인 셈이다.

우리 정부도 일찌감치 초저출생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백방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한달전 취임 2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부총리급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제안했고, 집권 3년차 업무를 시작하면서 첫 지시로 '저출생수석실'을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선 국회의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나마 입법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표 대표가 저출산 정책과 관련해 "범국민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에도 적극 나서고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긍정적이다.

이제 출산과 양육, 결혼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새로 출범한 국회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국민들 모두가 파격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총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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