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 가전 노리는 中 '황금바람'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4.06.11 08:51
"중국 가전은 모래바람이 아니라 황금바람이 됐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국내 가전 제품보다 비싸요. "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한 가전업계 고위 관계자가 중국 가전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해 질문하자 이렇게 말했다. 중국 기업이 저렴하고 불완전하다는 이미지를 벗고, 하이엔드(고급)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우리 가전의 텃밭이었던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점차 중국 기업의 공습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고급 가전 시장에서 중국 업체는 경쟁 대상이 아니었다. TV나 에어컨, 냉장고 등 대형 백색가전부터 빔프로젝터, 청소기 등 소형 가전까지 '싼 맛에 쓰다 버리는 제품'이라는 인상을 줬다. 국내 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성능도 비교가 안 됐다. 북미·유럽 시장 점유율 10위 안에서도 중국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몇년 간 상황이 바뀌었다. 하이센스나 메이디, 하이얼 등 주요 기업이 수백만~수천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거대한 내수시장에 기반한 매출·점유율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 주된 홍보 방법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이나 이탈리아 캔디, 일본 산요 등 고급 브랜드도 줄줄이 사들이며 시장 장악에 열을 올린다.

메이디는 국내 시장 상륙을 앞두고 있고, 하이센스는 월드컵에서 LG전자를 겨냥해 '글로벌 TV 2위'라는 광고를 냈다. 현지 매체와 업계는 '중국 기업이 삼성·LG를 제쳤다'는 주장을 쏟아낸다. 저가 시장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과 한 판 붙어보겠다는 의미다.


현 상황에서 돌파구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구매 요인이다. 연결성이나 디자인, 플랫폼 등 중국이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고, 우리 가전만의 브랜드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IBE는 지난 4월 삼성·LG를 '2024 최고의 가전 브랜드'중 하나로 꼽았다. 브랜드의 힘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은 "브랜드 파워가 한순간에 쌓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제품·가격 경쟁력에 더해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가치 있는 제품을 넘어 가치 있는 브랜드로 더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오진영 기자수첩 /사진=오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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