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인천 남동구 신한은행 인천영업부센터 '학이재'에서 태블릿PC로 은행 앱 사용법을 배운 70대 여성 A씨는 "반복해보니 어색했던 사용법이 익숙해졌다"며 "날 더울 때 은행 나갈 필요 없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학이재에 모인 시니어 10여명은 서툰 손동작으로 화면에 뜬 버튼을 눌렀다. 처음에는 갈팡질팡하던 손가락 끝에서 이내 자신감이 묻어났다.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학이재'는 대표적인 시니어 디지털금융 교육센터다. 논어 학이편 제1장의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문장 속 배움의 의미를 담아 이름 지었다. 점포가 줄면서 대면 거래가 익숙한 시니어들이 금융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은행권은 디지털교육에 직접 나섰다.
시니어들도 새로운 배움에 적극적이다. 무인 금융기기 앞에서 서성대다가 주변 젊은이에게 묻거나 도움을 받는 민망함을 피할 수 있다. 인천영업부센터 '학이재'에는 영업점과 똑같은 비대면 화상 상담 창구·스마트 키오스크(STM)가 설치돼 있다. 번호표를 뽑는 것부터 비대면 거래로 카드발급을 받는 과정을 영업점처럼 구현했다.
실습을 위해 교육용 서버를 따로 구축할 정도로 공들였다. 강사 1명과 학이재 어시스턴트 1명, 대학생 홍보대사 5명 등이 시니어 곁에서 밀착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반가움은 잠시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실물 카드를 발급 받아야하는 단계에 오자 시니어들은 서로 '먼저하라'고 순서를 미루기도 했다. 이때 학습을 보조하던 신한 대학생 홍보대사와 학이재 어시스턴트들이 나서 시범을 보였다. 시범을 눈여겨 본 시니어들은 모두 카드를 발급 받았다.
키오스크에서 발급 받은 카드를 손에 쥔 60대 남성 B씨는 "밀어주고 끌어주니까 할 수 있었다"며 "큰 아들도 이거 잘 모를텐데 내가 알려줘야겠다"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한쪽에선 태블릿PC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가려내는 실습이 진행됐다. 시니어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도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 확실한 징후가 나오면 바로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챘다. 실습을 마친 70대 남성 C씨는 "대뜸 돈을 입금하라거나 개인정보를 달라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라고 배웠다"며 "지인들한테도 주의를 꼭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부 관계자는 "폐점포를 활용할 방안을 구상하다가 사회 환원의 의미로 학이재가 탄생했다"며 "체험하는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오는 8월 수원에 추가로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특화점포에 '휴게·문화 공간'을 만드는 게 트렌드다. 우리은행은 화곡동 지점에 사랑채와 우리마루 등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인근에 전통시장이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 지원센터'도 운영한다. 경영컨설팅으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대전지점과 광주지점 등은 시니어를 위한 '컬처뱅크'로 꾸며졌다. 시니어들은 LP음반·카세트테이프 등이 설치된 '음악감상실'과 영화를 감상하는 '시네마룸'이 있어 취미·여가를 즐길 수 있다. 문화 공간으로서 교육·원데이클래스 등도 수시로 열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업무만이 아니라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와도 되는 공간으로 꾸몄다"며 "시니어가 은행을 더 편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게 중요해지면서 특화점포도 경쟁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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