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든 차 피하려다 중앙선 침범사고…대법 "무조건 중과실은 아냐"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24.06.09 10:58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를 냈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파산신청을 통해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면책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재단법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씨를 상대로 낸 양수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17일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97년 1월2일 서울 종로구 청계고가 도로 1차로를 따라 운전하다가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려는 것을 보고 피하려다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오던 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피해차량에 탔던 1명이 숨지고 나머지 2명은 크게 다쳤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피해자들에게 보험금 총 4500만여원을 지급한 뒤 A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2012년 9월 승소했다.

문제는 A씨가 2015년 법원으로부터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으면서 생겼다. 당시 면책 대상 채권자목록에 동부화재 채권이 포함됐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2020년 동부화재로부터 채권을 양수해 2022년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승소로 판결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비면책채권(예외적으로 면책되지 않는 채권)으로 규정한다. A씨는 법원의 면책 결정에 따라 이미 채무가 면책됐다고 주장했지만 1·2심은 이번 사건의 채권이 A씨의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등을 침해한 행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면책되지 않는 채권이라고 판단했다.


중앙선 침범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 기소 대상인 12대 교통사고' 중 하나인 만큼 채무자회생법상의 '중대한 과실'에도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비면책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한 사고가 발생한 경위, 주의의무 위반 원인과 내용 등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중앙선 침범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회생법이 규정한 '중대한 과실'이 존재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가 다른 사고의 발생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제한속도를 크게 넘어 주행하지 않았고 다른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며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것은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 정도의 중한 정도에 관한 것으로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사건의 경우 중앙선 침범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교통사고'에 해당해 과실의 경·중이나 합의 여부를 불문하고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다만 채무자회생법에서는 '중대한 과실' 여부를 사건별로 판단해야 하고 그 의미도 더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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