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깨비, 굿바이 팬텀. 팬텀이여 안녕."
이재우 공군 예비역 소장(89·동국대 석좌교수)이 7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열린 'F-4E 팬텀(유령)'에 작별을 고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공군사관학교 5기인 이 전 소장은 1968년 미국 데이비스-몬산 공군기지에서 F-4D 비행훈련을 받고 1969년 8월 미국으로부터 F-4D 팬텀을 처음 도입해 온 전투 조종사 중 한 명이다.
이 전 소장은 이날 F-4E 팬텀 퇴역식에서 "미국에서 훈련 중이던 조종사들은 당시 긴박했던 안보 상황에 대비해 인수 교육을 받자마자 공중급유를 받으면서 태평양을 횡단해 즉시 귀국했다"며 "당시 모든 전투요원들이 총력을 기울여 단시간 내 작전태세를 갖춤으로써 세계의 공군 역사상 팬텀기의 전력화를 가장 빠르게 달성했던 기록은 지금도 빛나는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후 사기충천했던 조종사들은 하늘의 도깨비, 팬텀기와 일심동체가 돼 영공수호의 임무를 완벽 수행했다"며 "1975년 국민들께서 성원해주신 방위성금 헌납기 5대로 수여된 임무를 수행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방위성금 헌납기는 1975년 북한 김일성의 중국 방문, 베트남 공산화 등 안보위기 상황이 조성되자 우리 국민들이 앞다퉈 방위 성금을 모아 도입한 F-4D 5대를 뜻한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1969년 미국 정부가 제공한 특별 군사원조 1억 달러 중 6400만 달러를 들여 F-4D 6대를 도입한 바 있다. 세계 최강 전투기였던 F-4D 도입은 미국·영국·이란에 이어 전 세계 4번째였다.
이 전 소장은 "석별의 정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팬텀기는 전투 조종사들 마음 속에서 영원히 생동할 것"이라며 "우리 도입 요원들은 모든 역량을 후진들에게 전수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생을 바칠 것을 굳게 맹세한다"고 했다. 그는 "팬텀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외쳐본다"며 "하늘의 도깨비, 굿바이 팬텀. 팬텀이여 안녕"이라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F-4E는 이날 퇴역식을 갖고 '한반도 영공 수호'라는 임무를 마쳤다. F-4 팬텀이 있었기에 KF-16, F-15K, F-35A를 운용할 수 있었고 한국형 전투기 KF-21도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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