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은 물가압력이 줄지 않고 있어 연말까지도 정책완화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지표가 하반기 침체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노동시장을 지탱해온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감소하고 제조업 분야의 감원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사방에서 들려오는 이른바 금리인하 노랫소리에 9월 쯤에는 고집을 꺾을 거란 예상이 힘을 얻는다.
5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에서 변동하다가 내년에는 하락할 것"이라며 "ECB는 지난 몇 달 동안 미래를 내다봤고, 미래 전망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인 신뢰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금리인하가 선제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라가르드는 "임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유로존의 물가압력이 여전히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인하가 만장일치 결정이었냐는 질문에 "한 명만 빼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답했다. 그는 "ECB는 앞으로 지속적인 금리인하 단계로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 결정은 앞으로 나오는 경제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는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임금 인상은 완화되고 근로자 생산성이 올해 내내 높아져 기업의 인건비 압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CB는 지난해 9월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4.00% 수준에서 유지해왔다. 이번 25bp 인하로 기준금리는 3%대 후반으로 들어왔고, 미국과 금리차는 175bp 안팎까지 벌어졌다. 라가르드는 이에 대해 "이제 통화정책 제한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유로존에 앞서 북미 캐나다 중앙은행은 하루 먼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이들에 앞서 브라질과 멕시코, 칠레가 금리를 내렸고, 스위스와 스웨덴 중앙은행도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은 그러나 내주로 예정된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물가 압력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5.25~5.5% 수준에서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지난 FOMC에서 "금리를 지금보다 더 높일 가능성은 낮지만 (금리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아직 부족하다"며 피봇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경제지표와 연준 위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이외에 유로존에서 탈퇴한 영국의 영란은행(BoE)도 20일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16년 만에 최고치인 기준금리(5.25%)를 인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EC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0.9%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1.4%, 2026년에는 1.6%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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