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현지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임원 주 6일제 도입, DS(반도체)부문장 전격 교체 등 삼성전자가 최근 경영 위기를 맞아 조직 분위기 쇄신에 고삐를 죄는 가운데, 이 회장이 직접 미국 시장 공략 진두지휘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 직후 출국했다고 6일 밝혔다. 뉴욕과 워싱턴DC 등 미국 동부부터 서부 실리콘밸리까지 아우르는 2주간의 장기 출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4~5월에도 22일간의 역대 최장 기간 해외 출장을 미국으로 다녀왔다.
이 회장은 IT(정보기술), AI(인공지능), 반도체, 통신 등 삼성의 미래사업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 고객사의 CEO(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정관계 인사를 두루 만날 계획이다. 분단위로 쪼갠 빽빽한 미팅 일정이 30여 건 넘게 잡혔다.
첫 스타트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끊었다. 이 회장은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분야와 갤럭시신제품 판매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미팅 직후 이 회장은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말하며 1등 DNA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그동안 이 회장은 경영 위기 상황 때마다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미국 출장 중인 오는 7일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우리는 영원히 변해야 한다. 안 변하면 일류로 살아남지 못한다", "변하지 않으면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위기 상황을 적극 인식하고,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은 1993년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선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AI열풍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메모리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시장에선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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