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사회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논의할 때

머니투데이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2024.06.07 02:03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로이터=뉴스1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업들은 회사의 전략, 상품판매, 그리고 직원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고민한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는 정보기술과 다르다. 딥러닝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것을 예측하고 스스로 학습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의 의사결정을 돕거나 대체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은 인공지능 아인슈타인(Einstein)을 경영회의에 참석시켜 의견을 구하고 경영전략을 결정한다고 한다.

현재 인공지능은 보조역할을 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사람이 하지만 이사회도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위해 인공지능 활용이 점점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판단능력을 신뢰하거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 인공지능이 사람의 판단을 대체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상법상 이사회의 권한을 위임할 수 없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경영의사결정에 활용할 경우 이를 감독·통제하는 것은 이사의 주의의무에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활용시 이사는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중요한 지위에 있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선관주의의무를 다했는지는 경영판단원칙에 의해 판단되는데 이는 사후적으로 경영판단이 잘못됐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합리적인 정도로 수집하고 충분히 검토한 다음 회사의 이익에 합당한 판단을 했다면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인공지능을 보조적으로 사용한 경우 경영판단 원칙을 위반했는지 사전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분석했는지가 중요하겠지만 실제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문제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사가 인공지능에 무관심하거나 활용하지 않는 것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이사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의의무 위반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블랙박스와 비용 등의 문제로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기도 하고 현재 인공지능 수준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는 여러 정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건이 되는 회사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이사의 의무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정보량과 질에 따라 반드시 올바른 결정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진화에 따라 이사의 주의대상이 변화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회사 경영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적절한 데이터 제공으로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했는지 주의해야 한다. 이를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라고 한다. 이의 수립과 유지는 경영진의 업무지만 적정성을 감독하는 것은 이사회의 역할이고 이사의 감시의무 대상이다. 기술과 데이터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최고 인공지능책임자를 둬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의무위반을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이사회에서 인공지능 활용에 관해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드문데 인공지능 관련 사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려 비즈니스전략의 주요 이슈로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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