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슈퍼스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4일(현지시간) 대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아직 테스트가 필요하단 단서가 붙었지만 이 발언으로 SK하이닉스가 독주하던 HBM 시장 구도는 공식적으로 3파전으로 변했다.
엔비디아가 HBM 공급자를 늘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시적인 이유는 '더 많은 HBM을 공급받기 위해서'다. 황 CEO는 "우리에게 필요한 HBM의 양은 매우 많기 때문에 공급 속도가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로드맵을 고려하면 HBM 수요 증가세는 지금보다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GPU(그래픽처리장치) 아키텍처(일종의 칩 설계도) 도입 주기가 빨라지고 있고, 새로운 아키텍처는 더 많은 HBM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22년 아키텍처 호퍼(Hopper)에 이어 올해 3월 블랙웰(Blackwell)을 선보였는데 불과 3개월 만에 새로운 아키텍처 루빈(Rubin)을 최근 공개했다. 황 CEO는 "루빈 이후 GPU 개발은 1년 단위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가 HBM 공급자를 늘리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경쟁을 통한 HBM 공급 가격 하락이다. 엔비디아의 높은 수익은 점유율 약 90%로 추정되는 GPU 시장 독과점에서 비롯된다. 같은 이유로 엔비디아는 GPU에 반드시 필요한 HBM 시장에 독과점이 형성되길 원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HBM 시장 경쟁에도 일찌감치 불을 붙였다. 루빈 아키텍처에 6세대 HBM인 HBM4를 사용할 계획을 밝히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내년 완료를 목표로 HBM4를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에 뒤처진 삼성전자로선 HBM4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엔비디아는 더 싼 값에 더 좋은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GPU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텔·AMD 등 경쟁자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팻 겔싱어 인텔 CEO는 3분기 출시 예정인 '가우디 3'가 엔비디아 GPU 대비 가격이 낮고 성능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리사 수 AMD CEO도 신제품을 발표하며 엔비디아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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