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즈(FT)와 튀르키예 현지 매체 예킨리포트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헌재는 중앙은행 총재 및 부총재의 임기를 단축할 수 있는 행정명령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튀르키예 제1야당은 2018년 해당 법령이 공포되자 이에 반발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날 헌재 판사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며 12월 안에 이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개입해 기준금리를 좌지우지해온 전례에 제동을 걸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실제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 2월 최초의 여성총재인 하피제 게이 에르칸이 정책금리를 누적 36.5%포인트 인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에르칸 총재를 8개월 만에 권한 남용 혐의로 해임한 후엔 그 후임자도 인플레이션 둔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금리를 5%포인트 더 높여 50%로 끌어올렸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집권 30주년을 맞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드문 도전이다. 튀르키예는 에르도안이 사법부를 포함해 국가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확고히 하고 있고, 헌재 판사 역시 대부분 에르도안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3월 지방 선거에서 자신의 집권당이 상당한 패배하자 정치적 '완화'(softening)를 약속한 바 있다. 분석가들은 튀르키예 헌재가 에르도안 대통령과 또 다른 대결을 벌일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반치대학 이스탄불정책센터의 연구원 에르신 칼레이시오글루는 "헌재나 다른 법원이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조건이 아직 명확지 않다"며 "대통령이 말한 '완화'나 정상화에는 더 큰 법의 지배가 필요하며, 이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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